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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눈을 살짝 뜨고 - 우리가락 동시집
김용희 지음, 장민정 그림 / 리잼 / 2011년 10월
평점 :
동시집 [실눈을 살짝 뜨고] 김용희, 리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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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詩(시)가 의미를 상실한 것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시는 내 삶에서 사라졌다. 가끔 수필이나 소설은 읽었고, 전공과 관련된 사회과학서적이나 인문학 책은 많이 읽었다. 그 틈새로 시집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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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을 시작하면서, 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시는 짧지만 완결성을 갖춘 구조와 우리 말과 글의 정수를 단시간에 접하게 해준다. 하지만 젊은 시인들의 시들은 낯선 언어의 나열에 불과했다. 김소월· 윤동주· 백석 시에서 느껴지는 친근함은 사라졌고, 외계어를 읽고 듣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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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다르다. 어릴 적 읽었던 그 기운이 불혹이 된 지금도 느껴진다. 제일 먼저 다시 읽은 책은 이원수 선생님의 [너를 부른다]라는 동시집이었다. 초등학교 때 황금색 표지의 동시집을 읽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책은 선생님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분은 문학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해주셨다. 이 책의 작가는 아니다. 작가는 동시조 동인회 [쪽배]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냥 동시가 아닌, 잊혀가는 우리 시조를 아이들이 읽기 좋은 형태로 쓴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우리가락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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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
아주 추운 겨울에는
말소리가 눈에 보여
수다를 떠는 대로
촐랑대며 춤추잖아
슬며시
사라지는 건
소리 따라 가는 거야
아주아주 추운 날엔
속삭여도 잘 보이지
따끈한 호빵같이
솔솔 피어나는 말꼬리
그렇지
추운 날 말을 걸면
왜 정겨운지 알겠어
------------------14~15쪽
어떤 것이 더 중요하며 우수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좋은 책은 곁에 두고,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인간 본연의 내적 고백이 좋을 때도 있지만, [입김]처럼 발칙한 상상력과 우리 가락의 여운이 남는 이 책도 좋다.
끝. 20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