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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여백, 2011
익숙했던 공간이 낯설게 다가온 K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이 변한 것일까? 세상이 변한 것일까? 이야기는 미스터리의 연속이다. 처음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 발문을 읽을 때까지 소설책을 놓지도 못하고 빠져들었다. 도대체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일까? 단순한 정신병환자의 착각일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 주도면밀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최인호의 소설을 전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그의 소설과는 다른 것 같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작가의 새로운 변신처럼 느껴진다. 끊임없이 작가는 현실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작가는 자신도 의심하고 읽는 독자도 의심한다. 무엇인 진짜일까? 장자가 이야기했듯이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일까?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일까?’
책을 덮으면서, 사르트르의 ‘구토’를 생각했다. 주인공 로망탱은 작은 조약돌에서도 구토를 느낀다. 조약돌을 줍는 순간, 그것에서 옮겨온 역겨움은 구토를 일으킨다. 주인공 K도 낯설음에서 욕지기를 느낀다. 삶에 지친 나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버리고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K가 K1과 K2로 분리되었듯이 우리도 삶을 비켜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가장 동물적인 인간의 본능마저도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되돌아 볼 것이다.
끝 201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