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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랑은 울지 않는다
김만 글.그림 / 가나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산문 [그리고 사랑은 울지 않는다] 김만, 가나북스, 2011
책의 첫머리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까닭을 3가지로 정리해놓았다. 직립보행· 언어· 창조 신경. 하지만 직립보행 때문에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멀리 볼 수 있어서, 생각의 세계를 넓혔다는 부분은 공감 할 수 없다. 기린처럼 인간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동물도 있기 때문이다. 창조 신경에 관한 부분도 좀 모호하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인간의 핵심 키워드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사유의 깊이도 창조의 능력도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서 발전하고 있다.
왜 처음부터 이런 논쟁을 벌이느냐고 물어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러한 논쟁이 에스프리를 넓혀 주기 때문이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에스프리[esprit]는 프랑스어로 기지(機智), 재치를 뜻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본다면, 근대적인 새로운 정신활동을 가리키는 용어로 프랑인 특유의 발랄한 지성적인 정신을 의미한다. 영국인의 ‘유머’, 독일인의 ‘비꼬기’처럼 프랑인의 특징으로 세련되고 생기있는 대화에서 나오는 빈틈 없는 발상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출판사 서평에서 이야기하는 이 책의 거시적 의미는 모르겠다. 그리기를 중단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 화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좋은 글을 읽는다는 것은 에스프리의 영역에 거름을 주어 그 영토를 기름지게 하는 것입니다. 황폐한 토대에 잎 푸른 나무가 자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입니다. 그처럼 황폐한 정신영역에서 참 사랑이 움틀 수가 없음도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113쪽
김만이라는 사람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이 책에서 없다. 단지 책 뒤편에 [그곳엔 내가 없었네]라는 장편소설 한 권의 소개뿐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작가에 대한 궁금증도 덮었다. 시인(詩人)은 시(詩)로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김만은 A. 랭보의 시를 빌려 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김만을 기억하고 싶다.
아마, 그런 밤이 나를 기다려 주리라.
어느 고도(古都)의 한구석에서 조용히 술잔을 들고,
더욱 즐겁게 죽어갈
그러니까 난 끈기 있게 살아야지!
내 불행이 좀 가셔지고
언젠가 돈이 좀 생기면
북쪽 나라에 가볼까?
아니면 포도 열매가 풍성한 나라에?
-아아! 몽상하는 건 덧없는 것이지.
그러니까 그것은 순순한 상실이지.
비록 내가 다시 한 번
옛날의 여행자가 될지라도
풀빛 여관이 내 앞에 나타나 활짝
맞이해 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A. 랭보 (145-146쪽)
끝 2011.09.23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