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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현대시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안도현, 이가서, 2006
아직 시(詩)는 너무 어렵다. 읽기 어렵고, 쓰는 것은 절망적이다. 어떻게 쓸까? 어떤 시가 좋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냥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한다. 안도현 시인도 같은 말을 한다.
습작 시절 좋은 시를 필사한 노트가 4권이나 되었고, 지금도 한 달에 새로운 시 천여 편을 읽는다고 한다. 시인도 이렇게 노력을 하며 시를 쓰는데, 시집 한 권 사는 것이 아까워 도서관에서 빌려 대충 보며, 시가 어렵다는 것이 부끄러워진다.
그가 말하는 시를 읽는 이유는 2가지이다.
시를 읽는 것이 즐겁고, 시를 읽는 동안 자신의 정신과 상상력을 녹슬지 않도록, 정신의 자극제로 시를 복용한다고 한다. 유명한 시인도 문학적 긴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 매일 매일 정진한다.
시인이 되고 싶으면 죽도록 시를 사랑하며 읽어야 하고, 소설을 쓰려면 그 삶으로 빠져들어야 한다. 노력 없는 결과가 없거늘 매일 매일 푸념만 늘어가는 것이 참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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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편
떡집에 가서 떡 뽑는다
떡방아간 기계 헐떡거리며 혓바닥을 내민다
떡집 여자 가위를 들고
쉴새없이 혓바닥을 자른다
혓바닥 위에
수레바퀴 문양을 찍는다 뜨끈뜨끈한
혓바닥 담은 상자 넘겨받고 떡집 나서면
세상 모든 길이 검은 절편, 검은 혓바닥
망상 위에 기름 발라가며 떡 싣고 돌아가는 길
떡살무늬 바퀴를 끼운 자동차들 죽음을 향해
어깰 겨룬다 더러는 잘못 찍은 절편의 문양처럼
뭉개지고 찌그러지고
유홍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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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1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