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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러시아 소설 [악령 (상)] 도스또예프스키, 열린책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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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을 읽고 [악령]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 또한 읽기 쉬운 소설은 아니다. 책에 줄을 그어가며, 등장인물의 이름을 하나씩 확인해 나가며 읽었다. 읽은 이유는 간단하다.
‘왜 도스또예프스키의 작품을 읽는 것일까?’ ‘책이 출간된 지 한 세기 하고도 30년은 더 흘렀는데, 왜 아직 살아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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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비평가인 헤럴드 블룸은 [독서의 기술](을유문화사, 2011)에서 [악령]의 스타브로긴을 [죄와 벌]의 스비드리가일로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아버지 카라마조프를 동일 선상의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도스또예프스키 작품에 등장하는 가장 매력적인 인물로 스비드리가일로프를 꼽고 있는데, 진짜 허무주의자이며 도스또에프스키가 걸어간 셰익스피어의 길의 막다른 지점이라고 한다.
결국, 영웅적 허무주의자의 이야기는 스비드리가일로프에서 시작해서, 스타브로긴, 아버지 카라마조프에서 완성된다. 결국, 작품이 쓰인 순서대로 읽으면서, 도스또예프스키가 이야기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를 중심으로 읽기보다, 이야기를 믿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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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을 읽는 것은 하나의 시련이며 고통이다. 이 책은 [죄와 벌]보다 더 초반부가 지루하다. 스타브로긴이 등장하는 상권의 끝 부분부터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마치 시련을 겪어야지 끝을 볼 수 있다는 계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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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은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합니다. 돌 자체에는 고통이 없지만 돌에서 비롯된 공포 속에는 고통이 있습니다. 신은 죽음의 공포에서 오는 고통입니다. 고통과 공포를 극복하는 사람. 그 사람은 직접 신이 될 겁니다. 그 때는 새로운 삶이, 그때는 새로운 인간이, 모든 것이 새롭게······ 그때는 역사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게 될 겁니다. 고릴라에서 신의 파괴 이전까지, 신의 파괴에서부터····
(중략)
오직 공포를 죽이기 위해서 자살하는 사람만이 즉각 신이 되는 겁니다. 180~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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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1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