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멀지 않다 민음의 시 80
나희덕 지음 / 민음사 / 1997년 10월
평점 :
품절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 나희덕, 민음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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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의 자서(自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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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발음하는 것조차 소란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것이 안으로 안으로 타올라 한 줌의 재로 남겨지는 순간을 기다려 시를 쓰고는 했다. 그러나 내가 얻은 것은 침묵의 순연한 재가 아니었다. 끝내 절규도 침묵도 되지 못한 언어들을 여기 묶는다. 이 잔해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의 소음 속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는 걸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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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란 무엇일까? 에 대한 대답이 작가의 변명이 여기에 있다. 得道(득도)를 하는 것처럼 , 시인은 어떤 것이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그 찰라 시를 쓰게 된다. 그 느낌을 다른 것에 빗대어 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아직도 어려운 것이 詩(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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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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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밖에서 살던 사람도

숨을 거둘 때는

비로소 사람 속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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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 죽을 때는

새 속으로 가서 뼈를 눕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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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지저귐을 따라

아무리 마음을 뻗어 보아도

마지막 날개를 접는 데까지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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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아침

상처도 없이 숲길에 떨어진

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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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후박나무 잎으로

나는 그 작은 성지를 덮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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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한 순간, 내 식은 몸뚱아리를 거두어줄 사람이 있을까?

그냥 지옥으로 떨어질까? 아님 어느 이름 없는 벌레로 살아가게 될까?

지금도 내 몸뚱아리를 학대해가며 책을 읽고 글을 쓰지만

이것이 부질없는 마지막 날개 짓이 아닐까?

끊임없이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

분명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인데.

아직 그 이유를 알기에는 너무 어린가 보다.

시인은 읽히지도 않는 시를 쓰고, 학자들은 보인지 않는 세계를 이야기한다.

독일의 시인 고트프리 벤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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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문제는 이미 니체에 의해서 모든 검토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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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신을 부정하고 현대철학의 기초를 세웠다지만,

아직도 우리는 인내와 고통을 강요하는 삶의 한 모퉁이에 버려져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하루가 지나가네.

끝 201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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