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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소설 [죄와 벌(하)] 도스또예프스끼, 열린책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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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기준으로 상·하권의 본문만 840쪽 그리고 뒤에 역자 후기· 평론· 줄거리· 연대표까지 포함하면 894쪽이다. 물론 [삼국지]나 [토지]같은 대하장편 소설에 비하면 짧다. 하지만 불과 2주 동안 일어난 일을 이렇게 긴 소설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은, 뒷부분의 역자후기나 평론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섬세한 묘사로 이루어진 소설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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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수도 뻬쩨르부르그와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의 심리가 교차하면서 이 소설의 묘사는 절정을 이룬다. 특히 처음부터 시작되는 지루한 묘사는 대략 100쪽을 넘어간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결국 그런 고난을 넘어서야지 이 책이 주는 묘미를 체득할 수 있는 것 같다. 조금은 뻔한듯한 결론이지만, 그 당시 뻬제르부르그의 악취와 도시의 풍경이 찐하게 남는다. 소설에 빠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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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좋은 소설도 많은데, 왜 옛날 소설에 읽는가? 라는 물음에 확실한 대답 또한 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다. 고전(古典)이라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어 읽는 이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다. 골치 아픈 철학적 사유가 숨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섬세한 묘사와 잘 짜진 줄거리가 얼마나 많은 소설과 영화에 영감을 주었는지 느낄 수 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쓴 [모방범]도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유사한 점이 많이 있다. 결국, 베스트셀러의 원형은 고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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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세상에 내버려진 존재이지만, 이 세상은 한 번 살아볼만 하다.
끝 201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