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델랑드 - 아름다운 사람
안병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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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 인물 서평 [루이 델랑드], 안병호, 마디스북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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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톤즈]라는 한 편의 영화 때문에, 고(故) 이태석 신부님을 알게 되었다. 나는 종교가 없다. 아이러니하게 신실한 개신교 집사님의 권유로 가톨릭 신부님을 알게 된 것이다. 종교를 떠나 이태석 신부님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울었고, 나도 울었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은 의인(義人)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 사회가 존속하는 것이다. 단지 우리만 모를 뿐.

또 하나 생각한 것은, 우리 부모도 톤즈의 아이들처럼 살았고, 이태석 신부님 같은 많은 의인이 우리 부모를 지켜 주었기에 지금 내가 있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은 우리 부모와 같이 사는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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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그곳 사람들이 사는 것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집, 식수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었다. 지금 그들의 삶과 우리 부모의 어린 시절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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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루이 델랑드 신부님을 보면서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책 속의 옛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면 우리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고, 이태석 신부님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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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가 되면 무의미한 생활, 고독,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것과의 조우, 무명인의 삶, 위로와 지식의 결핍, 부모·친구와의 이별과 애정의 결핍, 하느님을 모르는 다른 수준의 이방인에게 자신을 맞추어야 하는 일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이에 적응해야 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명확히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나의 내면에 숨어 있는 원의, 즉 내 자리는 선교지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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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델랑드가 선교사로 파견되기 전에 쓴 글이다. 선교사의 사명과 함께 인간적인 고뇌가 가득하다. 그가 도착하기 전, 조선에서는 24명의 선교사가 순교했고, 일본어를 쓰는지 조선말이 있는지 모른 채 배를 탔다고 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처음 뽑은 4명의 신학생 중 세 명이 훗날 주교가 되었고, 보육원부터 한센병 환자까지 그는 온 힘을 다해서 이웃을 보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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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쁘게 한 것은, 훈장이 한 선교사에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결코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서도, 프랑스의 직접적인 이익을 위해서도 일하지 않았다. 프랑스어 교수도 아니고 영웅적인 일도 하지 않았으며 선교사 일 외에 특별한 일을 한 것은 하나도 없다.

- 1969.8.3 떼레즈-마리 수녀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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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이국땅에서 살아온 그에게 프랑스 정부는 레지옹 도뇌르 프랑스 최고 훈장을 수여했다. 우리 정부는 이태석 신부님이 선종하신 후에 여론에 떠밀리듯이 훈장을 수여했다는 점이 다르다. 그분들에게 훈장이 뭐 중요하겠는가? 하지만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너무 비교된다. 이 책에는 다른 신부님의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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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도마(안중근 의사)가 나라에 역적 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를 찾았을 것이다. 하물며 그의 행위는 그의 나라와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이 프랑스에서 일어났다면, 그때에도 징계처분을 내렸을 것인가. 나는 안도마의 영세 신부이기 때문에 그에게 종부성사를 줄 의무가 있다.

- 안중근 의사에게 중부성사를 해준 웰헬름 신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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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헬름 홍석구 신부는 황해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안중근 의사가 중국의 여순감옥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가 종부성사를 해주었다. 물론 로마 교황청에서는 징계처분을 철회했지만, 일본의 압력으로 결국 프랑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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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특정 종교의 이야기라고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선교사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의 역사이다. 물론 국내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가 빈국(貧國)을 도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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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시작부분에 저자의 사견이 루이 델랑스 신부가 생각한 것처럼 묘사된 부분과 저자의 가족사를 적어 놓은 것이 없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끝..201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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