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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 속의 색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권장도서
미셸 파스투로 지음, 최정수 옮김 / 안그라픽스 / 2011년 8월
평점 :
색채학 에세이 [우리 기억 속의 색] 미셜 파스투로, 안그라픽스, 2011
나는 색 자체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패셔니스타는 아니다. 오히려 옷은 배색의 체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그냥 편한 옷 위주로 입는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어떤 배색이 좋을지를 수없이 고민하고 있다. 좋은 배색을 위해서 디자인학과에 사용하는 배색표도 사용해보고, 많은 이론서도 공부했지만. 공부할수록 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가 처음 선택한 것은 괴테의 [색채론]이었다.
괴테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그곳의 빛과 예술작품의 색채에 감동해서 색채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색채론]은 뉴턴의 물리학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리적 오류가 있지만, 괴테는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색에 대한 직관적인 해석은 놀랍다. 하지만 괴테의 철학적 사유를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내 그릇이 너무 적음을 느꼈다.
이 책은 그러한 난해함을 어느 정도 해결해준다. 고문서 학자인 저자는 여러 해 동안 색의 역사와 상징을 연구하면서, 개인적 경험과 더불어 유럽의 역사에 숨겨져 있는 색에 관한 기억과 용례와 규범 등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에세이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인문학 서적으로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비트겐슈타인이 말년에 저술한 [색에 관한 고찰]에 관한 소개와 분석은 이 책을 가치를 더욱 높여 주는 것 같다.
어떤 색에 흰색을 더하는 것은 그 색 고유의 색조를 제거하는 것이다. 검은색은 다른 색에서 밝은 효과를 제거하고, 빛나는 검은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
파스투로에 의하면, 비트겐슈타인의 [색에 관한 고찰]은 미완성이다. 특히 현대 독일어나 고대 게르만어에서 빛나는 검은색과 광택 없는 검은색을 구분하여 사용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케임브리지에서 연구했다면 한번쯤은 보았을, 셰익스피어의 많은 희곡에서도 이 두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했다.
저자는 중세 유럽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문장(文章)의 색과 그것의 규칙이 진정한 조화라고 한다. 그것은 문법적이고 회화적이며 동시에 음악적이라고 극찬을 한다. 그러면서, 겸손하게 “많은 분야에서 그토록 박식했던 위대한 철학자가 어떻게 그것을 몰랐을까?”라고 겸손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이 책을 더 깊이 있게 읽게 하면서, 저자의 다른 책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어낸다.
미셸 파스투로 (1947년 ~ )
파리에서 태어나, 소르본대학과 국립고문서학교에서 수학했다. 20년간 프랑스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유럽 상징의 역사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특히 1980년대부터 표상의 역사, 색채의 역사, 인간과 동물 관계의 역사가 주된 연구 주제이다. 저서로 [형상과 색채], [색채, 이미지, 상징들], [ 현대 색채 사전], [프랑스의 표장들], [곰:실추한 왕의 역사] 등이 있다.
끝 201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