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을 훔치다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산문 서평 [이중섭을 훔치다] 김영진, 미다스 북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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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인 이중섭만큼 흥미로운 사람이 이 책의 저자 몽우 김영진이다. 몽우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중퇴다. 하지만 여러 스승을 만나 예술을 배웠고, 지금은 천재 화가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최근 조선 시대 최고의 독서가 이덕무, 시인 백석, 화가 이중섭에 관한 책을 썼다. 아직도 몽우는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젊은 예술가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세계를 평가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 시대 최고의 기인(奇人)임은 틀림없다. 이중섭의 삶을 통해서 몽우의 작품세계를 엿보는 것이 이 책의 숨은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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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모두 광인(狂人) 아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천재 화가였지만, 자신의 귀를 자른 광인이 이기도 했다. 살아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지 못했고 평생 가난과 외로움 속에 살면서 미쳐갔다. 고흐의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을]을 보면서 이중섭의 황소 그림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중섭도 말년에 정신병원에서 외로이 죽었기에, 그도 고흐와 같은 천재 광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몽우는 ‘이중섭은 광인이 아니다.’ 라고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이중섭은 야수파와 표현주의 등의 감성을 집약해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었고, 말년에 간암이 급속도로 펴져 극심한 고통이 있었을 뿐 정신병은 없었다고 한다. 
 

오산학교

이중섭의 작품 세계는 민족주의와 가족애를 바탕으로 광기가 아닌 철저한 미술적 감각으로 그린 것이다. 그의 대표작 황소 그림들은 모두 민족주의에 그 뿌리를 둔 것이다. 오산학교는 1907년 남강 이승훈이 전 재산을 털어서 평북 정주에 만들었던 민족학교다. 단재 신채호, 고당 조만식, 홍명희, 유영모, 염상섭 등이 이 학교에서 가르쳤고, 학생으로 김소월, 백석, 이중섭 등이 이곳에서 공부했다. 이중섭은 오산학교의 민족교육과 선배 백석 시(詩)의 영을 받아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백석과 이중섭 그리고 몽우

백석과 이중섭의 외로운 인생사는 백석의 시(詩)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과 이중섭의 작품 [판잣집 화실]에서 알 수 있다. 몽우 또한 그러한 삶을 살고 있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시대를 넘어서 천재들의 교감이라고 할까. 세상이 그들을 버렸지만, 그들의 작품은 여전히 세상 속으로 아름다운 향기를 뿜고 있다.

몽우가 이 책을 이중섭에 대한 애틋한 감정만을 가지고 쓴 것이 아니다. 앞서 출판한 [백성평전]에서도 그러했듯이, 이 책에서 밝힌 주석과 참고문헌 및 출처를 보면 그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중섭을 연구했는지 알 수 있다. 백석도, 이중섭도 우리를 떠났다. 하지만 몽우는 우리와 같이 숨 쉬고 있기에 백석과 이중섭을 존경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에게 부탁하고 싶다. 그들 보다 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 그들에게 보내는 최고의 헌사가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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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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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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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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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도다 여기에

말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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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서귀포 이중섭의 방에 붙어 있던 시(詩)

몽우의 [이중섭을 훔치다]에서 인용함.



201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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