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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특사 이준
임무영.한영희 지음 / 문이당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소설 서평 [황제의 특사 이준], 한영희·임무영, 문이당,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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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부터 참 특이한 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학교 출신의 현직검사와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방송작가 부부이다. 저자가 현직 검사인만큼, 이야기는 이준 선생의 검사 시절을 중심으로 고종황제의 헤이그 특사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까지 전개된다. 대한제국이 사리질 무렵 한 지식인의 험난함 삶을 그린 것이니,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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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대한제국의 검사(檢事)로서의 이준이다. 잘 알다시피 조선 시대에는 지방관리 사또(使道)가 재정, 법률, 군사, 치안 등을 모두 관리하였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면 부패와 부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춘향전의 변 사또 같은 인물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1895년 최초의 법관양성학교가 생기면서, 서구식의 전문법조인 생겨나고 삼권분립의 기초가 다져졌다.
이준 선생은 이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학교 법과를 졸업한다. 을사늑약 이후 권력은 일부 소수 친일파에게 있었고,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사회적 정의(正義)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래서 이준 선생은 검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파면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뜻을 꺾지 않았고, 복직과 파면을 거듭했다.
이준 선생이 순국하신지, 104년이 지났다. 선생이 검사로 일 할 때보다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이젠 일본인들에게 배울 필요가 없고, 무분별하게 수입된 많은 법 조항이 우리 현실에 맞추어 고쳐졌다. 삼권분립도 세계 최고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보다 좋아진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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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 이준 선생 같은 법조인이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해진다. 검찰은 경찰과 끊임없이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는 소모성 논쟁을 하고, 대학생 성추행사건에 대규모 로펌의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들이 등장한다. 재판에 변호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전관예우라는 이름으로 재판을 좌우한다면 그것은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준 선생이 우리말 사전에 ‘전관예우’라는 단어가 있는 것을 보았다면 망국의 한(恨) 만큼 통탄하셨을 것이다. 법조인들도 이 책 읽어보고, 우리 모두 지금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끝.
2011.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