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 마르크스에게서 20대의 열정을 배우다
우치다 타츠루 &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음, 김경원 옮김 / 갈라파고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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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난 건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를 통해서다.

선뜻 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내노라 하는 철학자들의 아우라 때문이 아니었다. 철학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얕은 내 눈을 휘어잡은 것은 '쉽게 읽기'라는 제목이었다. '쉽게'는 교육공학 전공자로서 늘 내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화두이기 때문이다.


<푸코.... 쉽게 읽기>는 쉽다. 구조주의의 개략적인 역사를 친근감 있는 어조로 풀어내주고, 대표적인 네 명의 구조주의 철학자들의 이론을 문외한이라도 덤벼들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푸코.... 쉽게 읽기>는 '모름지기 안내서는 이렇게 써야 한다'라는 쉬운 글쓰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철학, 언어학, 인류학, 심리학 등 네 철학자의 폭넓은 관할구역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인데, 책쓴이 우치다 다츠루는 마치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철학이론들의 실타래를 풀어놨다. 아차! 이 리뷰가 <푸코.... 쉽게 읽기>의 곱씹어보기가 아니지. ㅎㅎ


하여튼 <푸코.... 쉽게 읽기>를 통한 우치다 다츠루와의 인상적인 만남은 그의 다른 저서로 자연스레 연결되었고, 그 중 하나가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이다. <자본론>이나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을 읽으라면 마르크스라는 경제학자를 '가까이 하기에 어려운 당신'이었겠지만 우치다 다츠루가 들려주는 마르크스라면 결단코 '머리에 쥐날' 일은 없으리란 확신이 앞섰다. 


이 책은 <푸코.... 쉽게 읽기>와 달리, 이시카와 야스히로라는 경제학 전공 교수와 주고 받는 서신을 통해 마르크스의 이론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다. 건축가와 건축의뢰자인 국어교사가 주고 받은 e-mail을 책으로 엮은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란 책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방식은 자칫 <푸코.... 쉽게 읽기>의 연장선상에서 신선함을 제공했다. 


"더 나은 세계로의 변혁을 꿈꾸던 청년 마르크스의 독창적이고 심대한 사고방식(알라딘 책소개 중)"을 접할 수 있게 하는 <청년이여,...>는 우치다 다츠루의 또하나의 쉬운 글쓰기 전형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ㅇ '공민'이 허구적인 존재이고 '사인'이 현실적인 존재인 한, 인간은 항상 사적 이익의 추구를 우선시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나만 좋으면 나머지는 상관없다'는 본심만 내세우며 살아간다면, 인간은 다른 사람들을 도구로 이용하고 수탈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모든 이의 행복을 배려하는 마음'이 '나 혼자만의 행복을 생각하는 마음'과 부딪치다가 결국에는 이기주의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사회 제도를 바꾸거나 법률을 제정하거나 비인도적인 행위를 엄하게 처벌한다 해도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이 사회는 불공평함을 막을 수가 없어요. 사람들은 합법적인 수탈의 방식을 궁리할 것이고 대의명분을 내세운 지배 방식을 발명해내겠지요. '인간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좋아지지 않아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르크스는 이 점을 이렇게 생각했어요. "어떻게 인간을 바꿀 것인가. '유적 존재'를 지향하면 바뀐다." -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어라>>, 150쪽

ㅇ 마르크스는 인간이 자기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행복과 이익에 신경 쓰는 만큼의 열의로 이웃의 행복과 이익에 신경을 쓰는 '유적 존재'가 되는 것을 '인간 해방의 완수'라고 봤어요.

ㅇ "한 인간이 공과 사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도 의심스러보, 분열된 모습 중에 '이기적인 쪽'이 진짜 모습이고 '비이기적=공명한 쪽'이 가짜 모습이라는 것도 이상할 뿐이야. 그게 아니라 참으로 해방된 인간이 있다고 한마뎜ㄴ, 그것은 분열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이웃이나 공동체 전체를 늘 배려하고, 그런 일을 진심으로 기브게 할 것이 분명해. 그리고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인간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인간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닐까?" -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어라>>, 93~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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