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어보를 찾아서 1 - 200년 전의 박물학자 정약전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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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산어보를 찾아서」는 단순한 정약전의 명저(名著) 「현산어보」의 번역서도 아니고, 해박한 어류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정리한 어류조사보고서도 아니었다. 저자 자신이 정약전의 인생과 저술이 안겨주는 역사적 감동에 심취하는 것을 들머리로 하여 어류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담아낸 어류조사 기행문, 아니면 어류를 소재로 하는 수필 내지 일기라고 하는 편이 적절할 듯 싶다. 원전(原典) 및 관련 문헌에 대한 철저한 탐구를 주춧돌로 육수생물학적 관점으로 각종 어류에 대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풀어가는 저자의 글쓰기는 바다를 가르며 나르는 비어(飛魚), 날치로부터 괴상한 복어 육각복에 이르기까지 읽는이를 비린 내음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한 주제에 대해 시간의 연속적 흐름에 따라 널어놓는 물고기 이야기들은 정성스레 그려놓은 삽화와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 이미지들이 더해져, 독자들로 하여금 손쉽게, 그리고 흥미롭게 한 장 두 장 걷어갈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정신없이 글걷이를 하다보면, 독자는 어느새 슈베르트의 "송어"를 "숭어"로 수정해야한다는 것이나 포장마차에서 선안주로 나오는 홍합국물이 홍합이 아닌 진주담치로 우려낸 국물일 경우가 많다는 것, 참게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한강물을 오염 속에서 건져내야한다는 것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앎>을 얻게 된다. 이것은 자료사진에 대해 단순히 본문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보다는 나름의 주석을 붙였으면 하는 등의 몇 가지 아쉬움을 그냥 묻어버리게 하는 「현산어보를 찾아서」의 빼어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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