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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자전거 ㅣ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10
마리온 데인 바우어 지음, 이승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5년 8월
평점 :
뉴베리 상을 받은 작품이다. 원제는 On my honor.
잃어버린 자전거..라는 제목도 괜찮다.
잃어버린 친구, 어린 시절.. 다양한 걸 함축할 수 있으니.
그렇지만 표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표지와 제목 때문에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라 생각했으니.
바닷가에 놓인 자전거 그림인데 책 내용과 전혀 관련없는 그림이다..
활발하고 장난치길 좋아하는 토니와 어렸을 때 부터 함께 자란 조엘.
조엘은 토니와는 달리 내성적이고 자기 줏대가 별로 없는 아이이다. 토니의 막나가는 장난이 싫긴하지만, 아이들과 잘 어울려 노는 토니와 함께 지내는 걸 포기하기 싫어 억지로 그의 제안을 따른다. 토니의 새로운 제안은 국립 공원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절벽에 오르자는 것. 싫긴했지만 싫다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심한 조엘은 아버지가 말려주시겠지 하는 생각으로 허락을 받으려 하지만 의외로 아버지는 다녀오라는 말을 하신다. '명예를 걸고' 별 일 없이 공원까지 다녀오라는. 국립 공원 가는 길 만난 시꺼먼 강에서 갑자기 토니는 멱을 감자는 제안을 하고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수영 시합을 하게된다. 그러나 반대편에 이른 조엘은 토니를 발견하지 못한다.
이 작품의 백미는 중학교 1학년짜리 남자 애들의 심리 묘사이다. 싫으면서도 싫다는 말을 못하고, 우기고, 내기하고 경쟁하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저지르고.. 큰 일을 저지르고 나서는 끝간데 없는 다양한 변명꺼리를 만들려 고심하고, 그리곤 큰 일이 벌어지면 심하게 자책을 한다. (썩은 강물 냄새로 상징된다) 그러면서 소년은 자라 어른이 되는 것이겠지.
성장 소설로서도 이 책은 참 괜찮다. 잃어버린 친구와 더불어 조엘은 유년의 아름다운 기억들도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조엘은 한 뼘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라는 존재(와 그로 대변되는 '세상')에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될 것이다. 아버지는 '명예를 걸고' 공원에 큰 일 없이 다녀오라고 하시고, '명예를 걸고' 경찰들에게 있었던 사실을 다 털어 놓으라고 하신다. 그러나 조엘의 입장에서 그러한 말은 공허하게만 들릴 뿐이다. 그는 되뇌인다.. 명예? 명예라고?
'명예'와 '규칙',우리가 생각하는 '도덕률'은 소년들에겐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일 뿐이다. (조엘은 친구가 사라지자 공원으로 도망가려 하고, 거짓말을 하려 한다) 성인의 잣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아이들의 세계, 그러나 그것은 그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는 '있는 그대도의 실재'가 아닌가. 그런 그들에게 어른들이 알고 있는 상식을 강요한다는 것은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폭력과 맞서며(교사들의 표현으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이들은 조금씩 '철들어' 간다. (자라서도 아직 '소년'인 사람들도 많지만..^^..)
책을 참 잘 썼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밀한 심리 묘사와 상징들 뿐만 아니라 사건을 보여주며 절대 윤리적인 도식화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엘은 자책을 심하게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심하게 나무라지도 않고 소설 전반에 걸쳐 읽는이가 조엘을 나무랄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심리묘사가 가장 큰 몫이다) 그러니 읽고 나서도 '위험한 장난은 절대 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만 쏙 얻는 것이 아니라 (아마 내공이 없는 작가가 썼더라면 책의 결말이 그렇게 어설프게 났을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상황 자체를 곱씹게 된다. 그러면서 교훈을 느낀다면 그만이고 그게 아니라 동질감만 느껴도 울림이 큰 책.
농밀한 성장 소설이 필요하다. 어설픈 교훈을 주입하려 하지 않고 아이들이 책을 되새김질하며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에서 한뼘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