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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싱의 빅뱅 - 갈릴레오 총서 11 ㅣ 갈릴레오 총서 17
사이먼 싱 지음, 곽영직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500쪽도 넘는 책을 내가 읽었다는데 우선 만족한다. 이렇게 긴 책을 읽은 게 얼마만인지..(뿌듯뿌듯..)
이 책에 선뜻 손이가게된 계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모 신문에 실렸던 정재승의 서평. 믿을 만한 추천자가 추천을 했기에. 또 하나는 사이먼 싱이라는 작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읽을만 했기 때문. 그 사람이 쓴거라면 쉽게 썼을 거라는 믿음.
우주? 솔직히 별 관심 없었다. E=mc2을 읽으며 쬐끔 맛을 보았고 '0을 알면 수학이 보인다'를 보면서 초끈이론에 관심을 가져 결국 '엘리건트 유니버스'를 사기만(!) 했던게 전부. 아가랑 놀면서 놀면서 지내다가 이러다간 내 머리가 완전히 굳는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이 비싼 책을 질렀다. (행사 기간이여서 다행히 좀 싸게 사긴했다..) 음.. 결과는.. 대만족이다.
이 책은 'E=mc2'과 유사하게 '빅뱅'의 역사를 탐구한다. 인류가 하늘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며 달과 해의 크기와 거리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던 그리스 시기부터 1990년대 코비 위성의 탐사까지, 그 긴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서술한다.
초반은 지금까지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물리를 정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들의 궁금증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통해 공식들을 접하니 이렇게나 재미있는 것을 왜 고등학교 때는 그렇게나 싫었는지, 참..
우리가 정말 멍청한 과거 인간들..이라고 치부해 버린 패배한 패러다임을 주창한 과학자들 - 프톨레마이오스를 비롯하여 - 에 대해서도 어떤 한계와 이점들 때문에 그들이 그런 주장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세히 싣고 있다. 읽다 보면 천동설이나 정적인 우주론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심리 상태까지 십분 이해가 간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지금은 패배한 이론들을 주창했던 사람들에 대해 아주 우습게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던들 그들 또한 관찰과 사색으로 단련된 노련한 과학자였음을 어찌 알았을까나.
'풀 하우스'를 읽으며 진화에 대해 '어쩌다 이렇게 된 결과'라는 생각이 주입된 난, 우주의 진화 또한 그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몇몇 과학자 들은 지금의 우리 인류가 살기 위해 우주가 '이렇게' 진화되어 왔다고 한단다.. 이러한 가정을 통해 프랭크 호일은 탄소의 합성을 밝혀내기도 했다..)
풀 하우스에서 보면 어쩌다 생겨난 '인간'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인간이란 존재가 참 위대하긴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넓디 넓은 우주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우리 은하에 또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태양계에 또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지구에 하는 한 '종'이 '왜'라는 질문만 해대며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 이 놈의 우주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물론 다 밝히진 못했다..이건 정말 신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니..
아가가 잘 때 마다 조금씩 조금씩 읽다가 머리가 딱 막혀 오면 덮어 두고 잤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는데 일주일도 넘게 걸렸지만 읽으면서 내내 정말 정말 재미있었고 읽고 나니 뿌듯함과 동시에 지적 호기심이 마구 마구 샘솟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