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싸운다
폴 킹스노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창비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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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읽는 내내 갑자기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몰려와 기뻐 어쩔 줄 몰랐다. 내 머리가 오래 간만에 회전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가는 진보 잡지에서 일하는 영국 청년이다. 세계를 돌며 진보세력들이 어떻게 세계화와 싸우고 있는지 인터뷰들을 했다. 싸빠띠스다를 필두로 탈근대혁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동감 있게 설명을 잘  해 놓았다.

 

저자는 국가를 장악하는 것이 혁명이 아님을 남아공의 ANC나 멕시코의 PRI가 혁명의 전통을 계승한 정권임을 자처했으나 세계화와 자본의 공세에 기존의 정권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짐을 보여준다. 이는 아마도 지금의 노무현 정권이나 브라질의 룰라 (잘은 모른다만) 또한 마찬가지 아닐는지 싶다. 작가는 지금까지 정통 좌파의 운동 방식 - 전위와 대중이 있고 혁명 한 방으로 권력을 잡는 - 에 대한 대안으로 (개량주의는 아예 염두에 놓지도 않는다) 권력을 얻기 위해 투쟁하나 중심이 없는 탈근대 혁명, 그리고 그 네트워크를 제안한다. 작가는 확신에 찬 어조로 이 운동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나는 일정부분 회의가 들기도 한다. 국가에 기업에 압력을 가하고 견제하는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국가와 기업이 싸그리 없어지지 않고서야 작은 단위의 자치와 연대가 전 세계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내 머리속을 파고들었던 또 하나의 질문은 (오래된 미래를 읽으면서도 그랬는데) 개발과 전통 파괴에 대한 것이다. '그들'을 '우리'처럼 만드는 개발, '진보'라는 말과 동일시 되어 온 개발. 우리 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우리만의 것들이 진보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싸그리 파괴되었을까?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나 심지어 김윤식과 김현의 '한국문학사'에서도 보면 개발과 진보와 근대는 우리가 이루어야 하는 목표로 비추어 진다. 다만 그 시기가 1930년대이냐 1800년대이냐의 차이일 뿐. 내 생각엔 1800년대 후반에 자본주의의 맹아가 싹 트고 일본의 주도로 근대화의 물결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하더라도.. 1960년대까지는 의식주에서 우리 전통의 싹들은 남아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혼자만의 추측인데 관련된 책을 좀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 그러다 박정희의 '개발' 독재 시대 부터 본격적으로 한복은 청바지로 한옥은 아파트로 대체된 것이 아닐까? 왜 우리는 그토록 무비판적으로 우리 전통의 사라짐을 당연시 여기게 되었는지도 또한 궁금해 진다. 서파푸아의 반세계화 운동이 가능했던 건 그들의 전통 문화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우리에게 전통에 대한 천시를 심어준 것은 일제인가 경제 개발을 목표로 효율성밖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독재 정권인가?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파푸아의 독립운동, 볼리비아 (요새 모랄레스가 대통령 당선 되고 나서 한창 신문에 오르내리고 있다)의 민영화된 수도 사업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운동, 브라질의 토지없는 농민 운동, 미국의 기업 인격화 반대 운동.. 등등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단지 우리 나라 농민들만이 아니라는 것. 제3세계의 모든 농민들의 이야기가 다 한 목소리라는 것이 참으로 반가웠다. WTO 반대 시위로, 또 두 분 농민의 죽음으로 한창 시끄러워진 요즘 더욱 귀기울일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영어를 잘 하게 되면 언젠가 뽀르뚜 알레그리에 꼭 가보고 싶다. 반세계화 포럼이라고도 불리우는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하는 것이 꿈이다. 2회 세계 사회 포럼에서 이야기한 촘스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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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신문 기자 하나가 그에게 물었다. 이 세계사회포럼은 그림의 떡 아닙니까? 이런 행사가 대안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까? 교수님은 그런 대안을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었던 나라의 예를 들 수 있습니까?

 

촘스키가 대답한다. "200년 전에 당신이 내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노예 없이 굴러가는 사회, 의회민주주의가 운영되는 사회,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의 예를 들라고 했다고 칩시다. 나는 예를 들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니까 우리가 그런 사회를 만들자'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그런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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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월러치의 말.

 

" 우리 운동은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안티'라는 꼬리표를 붙입니다. 우리는 이 수식어를 떼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다양성을 '위해' 싸우고, 평등을 '위해' 싸우고, 환경을 '위해' 싸웁니다. 그들은 실패한 후에도 현 상태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안티입니다. 민주주의에 '반대'하고 대중에 '반대'하는 것은 바로 그들입니다. 우리 운동은 세계 정의를 위해 계속 전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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