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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 - 하 ㅣ 청목 스테디북스 74
채만식 지음 / 청목(청목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우연이란, 여러가지 정황과 숨겨진 피안의 세계로부터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연이란... 운명의 이름으로 바꾸고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초봉이가 살아 온 길지 않은 인생은... 이렇게 저렇게 우연의 일치인것 같지만... 그것이 겹쳐져 운명이 되었고... 빼도 박도 못하는 인생이 되었다.
가난한 삶으로.. 딸을 시집 보내고... 속사정을 모르는 사위한테 살림밑천을 마련하려고 했던 그녀의 부모들...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초봉이는, 마음을 주고 있는 청년이 있었지만 부모의 뜻에 따라 결혼을 했고... 이쁘게 생긴 초봉이를 호시탐탐 노리는 곱사등이에다 사악한 장형보에게 겁탈 당하고, 또 살아보고자 했으나... 자신의 의지가 아니지만, 자꾸 무능으로 달려가는, 아버지 친구의 첩살이... 발목을 잡히면 안 된다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혼자 살 능력이 없어서 그대로 잡히고 마는 장형보와의 동거... 그런 장형보를 죽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자살을 계획했던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 첫사랑의 청년에게 다시 미래를 맡겨보고 싶은 그런 눈치....
사람들은 이런 초봉이를 착하고... 불쌍해서 울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바보가 따로 없는 얘기다.
어떻게보면... 초봉이의 성격과 무능력이 그녀를 그런 인생으로 가게 했고...
하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남들 보기엔 유능하고 똑똑해 뵈지만... 그들 스스로 들여다 보면, 얼마나 무능하기 짝이 없는지 잘 안다.
그렇다고 무능력한 인생을 탓하자는 것도 아니다... 탓하면 뭘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봉이 처럼... 아니, 책의 제목처럼... 온갖 더러운, 이곳 저곳에서 모인 탁류가 넓은 금강으로 간다는 것... 일단, 강으로 가면... 흙탕물과 오물이 뒤섞인 탁류일지라도 금강은 맑다는 것.... 좀, 아이러니 하지만... 그게 인생이라면.... 그래서 사람들은, 무능력한 걸 알고 있지만, 작은 소망에다가 내일과 미래를 거는... 바보 같다고 해야하나... 긍정적이라고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