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미에 PART 1 - 이토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3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이름이 토미에라고 하는 어느 여학생의 끈질긴 생명력과 그 여학생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흠모와 숭배, 그리고 그 여학생의 자기자신에 대한 과대망상적 허영 등을 그리고 있는 만화이다. 내가 처음 이토 준지 만화를 접한 것은 <소용돌이>였다. 창백한 얼굴, 몽롱하니 초점 잃은 눈, 기괴한 몰골 등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토미에> 역시 창백한 얼굴, 몽롱하니 초점 잃은 눈, 기괴한 몰골 등의 그림 표현을 통해 공포스러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시각적 조건을 형성한다. 그러나 <토미에>가 <소용돌이>의 표피적 주제만 다른 복사판이 선사하고 말 뻔한 주제와 결론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끊임없이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재담 때문이다.
여러 가지 단편들이 묶여서 편집된 만화인데 공통된 패턴이 있다. 토미에는 분열과 재생을 통해 놀라운 자기증식력을 선보인다. 그리고 토미에로부터 유혹을 받는 주변 사람들은 이상한 매력에 이끌리어 토미에를 흠모하고 숭배하기까지 하게 된다. 게다가 토미에는 자기자신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과대망상적인 허영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 패턴들로부터 작가의 어떠한 주제의식을 읽어낼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워보고자 한다: 현실과 다른 또 하나의 세계로서의 환상을 이루는 욕망들의 경쟁적인 진화 과정이 구현된 인물이 토미에이다. 자주 등장하는 장면인, 토미에가 분열과 재생을 통해 자기증식하고 또 죽었다가도 끊임없이 다시 살아나며 복수의 토미에가 동시에 존재하고 서로 또 살해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선택을 하는 행위자로서의 개체의 '본질'을 차지하려고 하는 다양한 욕망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행위자인 개체의 존재성과는 어느정도 독립적으로 그 존재성이 유지되는 구조, 문화, 또는 욕망체계는 어느 한 행위자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다른 행위자 개체를 통해 여전히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욕망들은 분열하여 더 하위의 복수 욕망들로 분화될 수도 있고, 그대로 다른 행위자 개체에 전파되어 재생될 수도 있다. 아울러, 주변 사람들이 토미에를 숭배하여 토미에의 지배를 받아 그 명령에 복종하는 것 역시 선택 자체는 행위자인 개인이 하지만, 만약 행위자 개인이 자기 선택을 결정지은 자기 자신의 선호체계 혹은 욕망구조들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 개인의 선택은 사실은 자기 자신이 빠져있는 욕망들의 지배를받는 노예 상태의 예속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토미에가 과대망상적으로 허영적인 자기 자신의 꿈에 도취되어 살아가는 것은, '캐비어나 푸아그라'를 자꾸 찾는 대사에서 두드러지는데, 바로 토미에 개인이 욕망체계라는 구조에 완전히 종속되어버린 극한점의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토미에>를 통해서, 선택하는 개인과 그 선택을 결정짓는 욕망 구조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면, <토미에>를 읽는 재미가 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