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 세대, 그 갈등과 조화의 미학
송호근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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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IMF 사태때 발빠르게 당시 한국인들의 분노와 공포를 그대로 담아 책을 펴냈던 송호근 사회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당선 사건을 기점으로 폭발한 한국인들의 세대충돌을 분석했다. 노후보의 당선 사건은 20대와 30대를 일컫는 2030세대가 50대와 60대를 일컫는 5060세대와의 가치관 등의 문화충돌에서 인터넷을 통한 기동전으로 결집해 승리한 사건으로서, 2030세대의 결집을 이끌어낸 결정적 원인은 정치적 단결이 아니라 문화적 공감이었다는 것이 주요 문화-사회 평론가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한다.

즉, 정치-경제-사회 영역에서 5060세대가 신봉하던 가치인 국가주의-성장제일주의-권위주의라는 기존 주류 가치관이 개인주의-분배적평등주의-탈권위주의라는 2030세대의 가치관에 의해 전복되던 과정이 2002년 대선에서의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통해 마침내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 결과, 조-중-동 등의 주류 언론 매체의 사설과 기고란에는 보수와 진보의 문화적 '전쟁'이니 산업화 세대의 서러움이니 주류에서 밀려나버린 5060세대의 서러움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줄을 이어 실리곤 했다.

진보적이라는 매체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조-중-동과 논조만 달리할 뿐 대한민국에서 세대충돌을 통한 보수-진보 이념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으며, 진보적 가치를 공유한 2030세대가 5060세대에 비해 우월한 인터넷 사용 능력으로 인한 정보활용 장점 덕분에 마침내 오프라인 현실의 정치 공간에서도 수구적 보수를 몰아내고 진보를 점차 실현하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진단을 내리곤 했다.

정말 대한민국에서는 대단히 드라마틱한 문화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인터넷 사용을 기화로. 정말 그런가? 저자는 이러한 현상과 판단에 대해 과학적 분석과 검증을 시도했고 그 결과를 이 책으로 발표했다. 결론은 가치관 변화를 둘러싼 세대간 격차는 '세대충돌'이라고 할 정도로 크지는 않으며, 일부 영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2030세대와 5060세대의 가치 변화의 방향이나 속도가 비슷하고, 아울러 건강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시민윤리 함양 및 시민사회적 활동 참여의 교육이라는 면에서 5060세대의 역할이 2030세대를 위해 더욱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문화혁명'으로 흔히들 비유되곤 하는 현상황에 대한 문화-사회 평론집이 이미 충분히 많은 지금 이 책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과학적' 분석력에 있다. 그렇다고 화려한 수사가 없는 것도 아니니 사회학적 수사를 원하는 독자들 또한 실망할 필요가 없다. 부제목인 '세대, 그 갈등과 조화의 미학'처럼 이 책 전반부에서는 '세대갈등'론적 시각을 여러 가지 사회학적 유명 용어들을 인용해가며 화려하게 설명해준다.

반면 후반부에서는 '세대조화'론적 시각이 더 적실함을 구체적인 설문결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증명하고 해설한다. 의식을 표출해주는 행위를 직접 관찰할 수 없기에 차선인 설문 조사 자료를 1차 자료로 이용한 것을 가지고 '사이비 과학'적인 분석이라고 공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IMF 사태에 대한 공통적인 경험이 2030세대와 5060세대의 가치관 변화를 공통적으로 촉발시켰으며,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에만 열중할 뿐 근린 정치사회 및 시민단체 활동 참여는 5060세대보다 더 저조한 2030세대의 개인주의는 자발적 결사체 활동을 통한 공화주의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새겨들을 만하다. 그러한 주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저자의 노력 또한 매우 귀중하게 느껴졌다.

'세대충돌은 없다'는 저자의 주장을 반박하고 싶다면,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거나 설문 자료의 자의적 왜곡을 입증하거나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기의 느낌과 주관적 확신만을 가지고서 '세대충돌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과학적 이야기 태도이며,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들이 바로 대한민국에서 분별 없는 격한 이념 대립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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