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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한 번은, 그림 잘 그려보기 ㅣ 내 생애 한 번은 2
스크라이베리아 지음, 김영수 옮김 / 인간희극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한 번도 그림을 잘 그려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감각을 되찾는냐고요? 확실해요? 아닐 텐데요...당신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가 봅시다. 당신은 여섯 살이고 부엌 식탁에 앉아 있네요. 엄마가 저녁을 요리하는 동안 창문을 통해 스며든 햇빛이 주방에 흐르고 있어요.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물론 그림을 그리고 있죠! 스케치북에는 동물들, 우주선, 공룡, 가족들 그리고 순전히 당신의 머리 속 상상으로 탄생은 이미지들도 있네요. 연필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당신의 머리 속 생각들을 그대로 그려냅니다.
그래요. 그때는 그림을 그리는 길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어요. 그건 재능이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무언가였죠. 망설이지도, 오래 생각하지도, 잘못될까 걱정하지도 않았잖아요. 그냥 그릴 뿐이었죠. 머릿속 생각이 형태와 색깔로 떠오르는 느낌을 즐기면서요.
그럼 언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 걸까요? 그건 아마도 9살, 혹은 10살 때부터 일 거예요. 그 맘 때쯤이면 자기 평가라는 의식이 생기고 더 결정적으로는 스스로 원해서가 아닌 다른 누가 시켜서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집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면 '올바르게' 보이도록 만들려면 따라야 하는 규칙들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되고 그 규칙들을 습득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게 되죠. 동시에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던 아이디어들은 점점 신중해지고 이성적으로 재단이 되어갑니다. 망설임과 의구심 때문에 어떻게 그려야 할지, 아니 더 나아가 무엇을 그려야 할지조차 결정내리지 못하게 되고요. 같은 교실에는 그림을 특출나게 잘 그리는 아이가 있기 마련이겠죠. 또한 전문가가 그린 멋진 그림책들을 접하다 보면 스스로가 비교되어 자신은 더 이상 그림 하고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버립니다. '그림은 내 길이 아니네.' 이렇게 스스로 결론짓고는 성급히 애정 넘치던 그림과의 관계를 끊어 버립니다. 미련조차 없다는 듯이 뒤돌아서서는 다른 재미를 찾아 떠나버렸죠. 다른 무엇과 견주어도 삶에 큰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놀랍도록 실용적이긴 그림 그리기라는 기술을 조금이라도 간직할 기회조차 스스로에게 주지 않은 채 관계를 싹둑 잘라버린 겁니다.
그런데 수준이란 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잠깐 기다려 보세요. "위대한 문학가가 될 자질이 없으니 너는 아예 글 자체를 쓰지 말아라." 이게 말이 될까요? 우리는 부커 상이나 퓰리처상을 받지는 못해도 내가 전화 고자 하는 메시지를 글로 잘만 씁니다. Facebook이나 이메일, 혹은 생일카드에 적는 모든 글에 천재 비범함을 담아야 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그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세상에 내놓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그런 의사소통의 도구로써 글을 배운 거니까요.
- 9~11p
나의 드로잉을 응원해주는 듯한 문장이다.
지난해부터 근본도 없이 드로잉을 하고 있다. 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도 뭣하다. 주제가 주어질 때 눈 앞에 있는 걸 그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이미지를 검색하여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기 정도이다.
기본이 없이 그리다 보니 자꾸만 갈증이 났다. 그러다 운이 좋게 취미반 미술을 얼마간 하면서 드로잉 책 몇 권을 읽게 되었다. 그 중에 제일 왕초보 느낌의 책이라고나 할까?
특히 목이 없이 졸라맨으로 그려버리는 인물드로잉을 기본 도형인 원, 삼각형, 사각형 만으로 표현하는 것을 따라 그려보니 참 재미 있으면서 이렇게 표현해도 졸라맨보다는 어색하지 않구나!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인물 그리기의 공포(?^^)에서 아주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경험상 예술과목의 경우 처음 시작을 독학보다는 선생님을 만나서 기초를 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주아주 쉽게 선 그리기부터 있어서 이 책 정도는 읽고 선생님을 만나도 좋지 않을까? 싶다. 책 사이즈가 크지도 않고 부피도 두껍지 않아 전혀 부담이 없다. 그래도 드로잉 연습해볼 거리는 넉넉하다.
정말 책의 제목처럼 '내 생애 한 번은 그림 잘 그려보'고 싶다. ㅎㅎ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참 시각적인 정보에 민감한 사람이야. 뭐, 그림 같은 건 진짜 못 그리는 똥손이지만."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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