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조금씩 다르지만 그것이 크게 다른 날들
인생에 겉돌지 않겠다는 다짐은 눈빛을 살아 있게 한다
다시는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가슴에 맺혀서 지키고 싶은 무엇을 가졌습니까
세상의 여러 맛을 보려고 사는 것 같아서
좋은 날이 많이 있었습니까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하고
하루만 더 만나고 헤어져요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가슴에 명장면 하나쯤 간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달빛이 못다 한 마음을 비추네
봄이 왔는데 당신이 가네요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좋아한다고 말은 했을까
잊지 못한다면 사랑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보탬이 되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우리 모두의 감정과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으로도 침묵하지 않는다
그랬나요 몰랐어요
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습니까
큰 파도를 기다린다
오늘의 느낌은 안녕합니다
아무 날도 아닌 어떤 날에
당신을 버린다는 것
사실 [끌림]이나 [바람이 분다 당신이 그립다]는 거의 책이 나오자마자 내 수중에 들어왔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한 책에서도 익히 알고 있는 작가라.....그런데 사실 그다지......그냥 젖어드는 글이긴 했지만, 사진도 몽환적(??)이고 뭐라 할까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너무나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니 다시 한 번 더 돌아보는 정도?
위 두 책의 뒤를 이은 국내편이라고 하긴 했다. 그 정도만 알고 책을 또 냉큼.... 그렇게 이병률 시인의 글은 그렇게 중독성이 있나 보다.^^
그런데 책 속의 소제목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찌르륵 해온다...
암튼
괴산의 작은 동네 술집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참으로 국내편이라는 느낌이 팍팍 온다.
나에게는, 그럴 만한 그 무엇이 과연 있는가 하는 나직한 물음이 가슴께에 밀려왔다. 온 마음으로 지키고픈 무엇이, 몇몇 날을 길바닥에 누워서라도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 것이냐고 울고불고 대들 그 무엇이 가슴 한쪽에 맺혀 있는 것인지. 있다면 그걸 지켜내는 데 까짓 두려울 일은 그 무엇일지 당장 알고만 싶어졌던 것이다.
가슴에 맺혀서 지키고 싶은 무엇을 가졌습니까 中
술에 대한 예찬(?^^)은 ‘이토록 서서히 퍼지는 광채’에서 또 나온다.
가려운 마음을 달래고, 영감을 얻고, 친구를 얻게 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술을 마신다는 것은 내가 젖는다는 것 술에 취한다는 것은 내가 잠긴다는 것. 술을 깬다는 것은 나에게 도착한다는 것.
비 내리는 날에 음주욕구가 이는 것은 마음이 가려워서다. 누구나 그날의 예술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공기가 통하는 곳에 자신을 놓아두고 싶어하기도 하며 술이라는 공기를 빌리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술은 어떤 의식과도 같다. 케이크 없는 축하 자리 같다.
이토록 서서히 퍼지는 광채 中
책 전체가 글이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나는 글들이다.
조금은 벙벙해 있는 상태에 놓이는 것이 낫겠다. 그것이 가볍고 그것이 사무치게 자유롭겠다.
그러니 모든 것이 넘치는 세상에 문득 방문을 하시는 허무와 허전에게, 가을날 문득문득 우리의 심장을 두드리는 이 공허에게 대접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으로부터 우리는 더 멀어져야 中
사람이 그래요.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고 다시는 볼수 없을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 아름다운 사람.
나에게 그만큼인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물이 닿은 글씨처럼 번져버릴까, 혹여 인연이 아닐까 나는 목이 마르고 안절부절입니다. 부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매일 기적을 가르쳐주는 사람에게 中
‘두 사람을 거리에 두고 ’를 읽으며는 짠했다.
이 글 말고도 읽고도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다.
나만 그랬을까?
작가가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작에 비해 더 편안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
먼저 소제목을 읽어보고 사진들을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천천히 읽어보고
다 읽고 난 다음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며 다시금 소제목을 읽어보고 함께 하고 있는 사진들을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