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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슬픈 아시안
이시이 코타 지음, 노희운 옮김 / 도솔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구걸하는 부처’라는 원제와는 달리 어디에도 부처는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 애써 모른 척하고 싶은 이야기. 발전하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 수많은 구걸을 하는 동남아의 걸인과 장애인을 만나는 그의 이야기는 알고 있었더라도 정말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의 하나일 뿐이다.
전쟁의 남겨진 상처로 장애를 가져서 걸인이 된 경우나 걸인이 되기 위해, 또는 걸인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이 되어 버린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처절하다.
8장 신이 사라져버린 하늘 인도의 첫 구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뭄바이,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는 붐베이라고 불렀다. 이곳은 인도 최고의 경제도시다. 세계 곳곳에서 기업이 모여들고, 화려한 영화배우의 집이 이곳에 있다. 고급 쇼핑가를 걷다 보면 메르세데스 벤츠나 샤넬, 그리고 최신 컴퓨터가 진열되어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예전의 시내 풍경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딜 가나 오래 되고 더러운 옛 흔적을 볼 수 있다. 도시의 상징은 식민지 시절 만든 인디아게이트다. 그 주변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이 오간다. 거지가 손을 내밀고, 장애인 간이 열차를 타고 손으로 땅바닥을 밀면서 돌아다닌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는 거대한 빈민가가 끝없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뭄바이는 매춘의 도시다. 북인도나 네팔에서 끌려운 여자 아이들이 지저분한 여인숙에서 아랍의 부호들에게 처녀를 빼앗긴다. 울며 소리쳐 보아야 누구 하나 귀 기울이지 않는다. 에이즈에 걸려 버려질 때까지 참지 않으면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 도시의 이름을 아직도 ‘봄베이’라고 부른다. 그들에게 이곳은 옛날 그대로 지저분한 도시인 것이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 봄베이’의 붐베이다운 모습이다. 굳이 알고 싶다거나 알고 싶지 않다거나 따지지 않겠다. 다만 이 취재를 할 때 나는 몇 차례 정신적인 공황이 찾아와 머리는 싸매야 했다. 눈물을 흘리며 신이 사라져버린 하늘을 향해 손을 모은 일도 있었다. 그래도 길거리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증언을 요청했다. 왜냐하면 믿지 않으려야 믿지 않을 수 없고,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칠드런 263-264p
전에 다른 여행기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읽어서일까?
거지의 행세를 하는 걸 부끄러하는 걸인과 당연시 여기는 걸인 등 동남아 여러 곳 최하층의 사람들을 오래 발품을 팔아 다닌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끌거리는 것은 뭘까? 르포 형식도, 신문 기사 형식도 아닌데, 너무나 딱딱한 글의 진행이 읽으면서 내내 원 작가의 잘못일까? 매끄럽지 못한 번역의 잘못일까?를 생각하게 하며 이 이야기를 좀더 맛깔스럽게, 호소력 있게 풀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