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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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부커상 수상작가가 된 이후로 한강의 책은 도서관에서 만나보기 힘들다.

내게 한강의 책은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무슨 책인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쩌면 책이 아니라 단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기억도 희미한 뇌리 속의 느낌은 어둡지만 깊다고나 할까? 그렇게 인식이 되어 있었고, 개인적인 상황이 우울한지라 얼마간 기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실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그의 책이 이 [희랍어 시간]이다.

여전히 그 느낌은 남아 있지만 보는 동안 내내 책이 참 좋았다. 소설인데도 운율이 살아 있는 듯 하다고 해야하나? 뭐라 잘 표현하지 못하겠는데, 아무튼 표현들이 참으로 詩的이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필사하는 것도 작가의 공부가 된다고 했는데, 이런 글이면 좋지 않을까? 싶을 만큼 문장이 좋았다.

 

찬란한 것,

어슴푸레하게 밝은 것,

그늘진 것.

115p

 

몇 가지 표현으로조도를 구분하는 남자와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있어요.

더이상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어요.

167p

 

()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잃어버린 듯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책 뒷표지에 나와 있는 이야기처럼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 ‘다만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기척이 만나는 이야기라는 문구가 이 책의 이야기를 아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어렵고 이제는 사어死語에 가까운 라틴어 클래스에 함께 있는 남녀의 이야기이다.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와 말()을 잃어버린 여자라니. 너무나 절망적 상황인 듯 하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로 그려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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