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키만소리 지음 / 첫눈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여행 자체가 유쾌 발랄하다는 것이 아니다.

여느 모녀 관계처럼 제일 가까우면서도, 제일 가까워서 오히려 티격태격하는 사이이니 말이다.

그건 나의 상상만이 아닌 커만소리의 글에도 나타난다.

 

엄마의 잔소리가 다정하게 들리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여독이 풀리고 현실로 돌아오자 우리의 관계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짠순이 엄마, 고집불통 게으른 딸. 잔소리하는 엄마, 소리 지르는 딸. 늘 그랬듯이 지금도 꼬이고 풀리고 꼬이고 풀리고를 반복한다. 감독적인 엔딩을 기대하며 끝까지 읽었다면, 안타깝지만 우리는 그런 드라마틱한 관계로 넘어가지 못했기네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사람들이 묻는다. 여행이 우리를 변화시켰나고. 아니.

 

 

 

 

짠돌이 엄마가 거금(?) 200만원을 투척해 제일 시간이 편한 둘째 딸을 선택해 배낭여행을 제안하고 함게 한 달간 배낭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직장으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언니와 아빠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떠났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해외혀앵을 떠다는 엄마인데, 저가 항공에서의 시간부터 국적불문의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정말 리얼 배낭 여행을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다. 두 모녀! 하면서 읽어나갔다.

 

많은 글보다 웹툰 컷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들도 너무 재미나고,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살짝 친근감 있는 경상도 사투리도 그 컷들에서는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안 되는 의사소통에도 필요한 것을 제대로 얻으시고, 부실한 식당에서도 엄마라 딸을 맛나게 먹이기 위해 애쓰고

늦잠 자는 딸을 기다리다 못해 혼자 씩씩하게 나홀로 나갔다 오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배낭여행 나이 1년차'의 모습으로는 너무 멋진 엄마의 모습에 저절로 박수가 쳐졌다. 나라도 그렇게 못했을 것 같은데.....

 

 

나도 진즉에 좀 그렇게 다녀볼걸... 후회가 되기도 하고 ...

서울 생활을 시작하려고 올라올 즈음 국내라도 좀 같이 다니자 하고 이곳저곳을 다녀왔었는데, '내내 그때가 참 좋았다' 말씀하시던 내 모친이 오버랩이 되어서일 것이다.

 

 

 

 

 

 

 

 

 

자랑거리 몇 개 없는 내 인생이 초라한 날도 있었지만, 엄마와 함께 배낭 메고 744시간을 누빈 덕분에 이제는 어깨가 좀 으쓱하다.

 

엄밀히 말하면 이 형애은 팔 할이 엄마의 용기와 노력으로 시작된 것이다. 먼저 여행 동행을 제안한 것도 엄마고, 쌈짓돈 200만원 까지 내어 놓으며 데려가 달라고 했던 것도 엄마다. 나는 그런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날지 한참 고민하다 결국 함께 떠나기호 결정했을 뿐이다. 여행 다니면서 구박만 하고 괴롭혔던 못된 딸이 엄마 입에서 천하의 둘도 없는 효녀로 변신하다니. 송구스럽고 했고 민망하기도 하다.

262p

 

 

    

  한 달 여간 무려 744시간을 함께 여행을 다니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여행 근력도 단단해졌다.

후반부에 '새로운 곳을 슬슬 가고 싶어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나왔는데,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기도 기대된다. ㅎㅎ

 

모처럼 참 즐겁게 읽은 여행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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