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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 어떤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
이애경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1월
평점 :
어떤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
다 읽고나서야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그랬구나! 이 책이 좋았던 이유가 그랬구나... 어떤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에는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발은 이 땅에 머물러있고 답답한 마음에 들고 있던 이 책에 몰입했던 게...
여느 여행 책과는 다르게 짧게 그저 사진에 찍힐 정도의 짧은 인연들로부터 시작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 좋다.
그 중에서도 일 년에 한 번씩 비엔나에 머무는 도쿄 근교의 교사 사에코(126p) 이야기와 관계의 무게를 덜어내는 법에 나오는 두 번의 이혼 후, 세 번째 남편과 3년 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레이첼(170p)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비엔나에서 열리는 오페라와 클래식 연주를 들으러 매년 방문한다고 했다. 벌써 10년이나 되었는데 이번에는 2주 동안 머무르며 듣고 싶었던 연주를 다 듣고 갈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했다.
나는 소설 속의 인물을 보듯 사에코를 바라보았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경외감과 새로 난 생각의 길이 내 머리 속에서 잠겨 있던 어떤 문으로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영화같이 산다는 건 저런 거구나. 수만 평의 숲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고성에 살지 않아도, 개발해낸 플랫폼이 히트를 쳐 재산이 수조 원에 달하는 부자가 되지 않더라도 멋진 인생을 갖는다는 건 가능한 일이었다.
128p
많이 다니는 그에게도 소설 속 인물 같았던 사에코가 나에게도 제일 인상적이었다.
그럼 나도?
고성도 소유하고 있지 않고, 부자도 뭐도 아니지만 인생을 멋지게 살 수 있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사진들은 차분하고 다소 쓸쓸해보이긴 하는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