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애인을 홀로 보내지 마라 - 배영옥 여행 산문집
배영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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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듣는다. 그래서인지 요즘 느끼는 걸로는 첫 눈에 들어야 되는(?) 제목을 눈에 띄게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차분한 표지에 비해 ‘쿠바에 애인을’ 하는 제목이 눈에 확! 띄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펼치자마자 요즘 책에서는 보기 힘든 옛날 스타일 활자 눈에 편하지 않았다.

 

‘크로아티아’를 읽고 있던 나를 보며 조카가 ‘이모, 크로아티아 갈 거예요?’하고 물었다.

‘당연하지, 언젠가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면 아마도 또 물어볼 것이다.

‘이모, 쿠바 갈 거예요?’

‘당연하지, 언젠가는....‘

 

 

나의 여행 목록 리스트에서 항상 들어있던 곳들 중 한 곳이다.

 

그래서 쿠바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긴 했는데, 거의 대부분이 사진 위주의 여행기였던 것에 반해 이 책의 이야기는 현지인으로 그것이 거의 대부분 아바나에서의 생활이긴 하지만 몇 달이라도 생활해 본 이의 이야기라 더 좋았다 라고 할 수 있다. 

 

 

쿠바는 아직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나라이다. 사회주의 국가이며 한국과 미수교국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쿠바에서 생활한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쿠바 여행을 결행하기까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영화 속의 음악과 춤과 열정과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등 20세기에 성공한 쿠바 혁명의 환상이 한 몫을 한다. 하지만 환상을 품고 단기간의 쿠바 여행을 계획하면 쿠바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다. 짧은 여행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쿠바 여행에서만은 절대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영화와 음악으로 접한 환상과 거짓 이미지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또 다른 판타지를 쿠바라는 이름에 덧입히는 것이다.

- 쿠바라는 환상 中 282

 

글쓴이도 나랑 별 다르지 않은 정도 밖에는 쿠바에 대한 지식이 없었나보다. 그런데 8개월씩이나 살게 되다니...

 

덕분에 조금 더 속살을 본 느낌이랄까?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니 환상 속의 쿠바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50여 년 전의 모습으로 살고 올드 카가 돌아다니는 아바나의 모습이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지만 실제로 살기는 어떨까? 싶기도 했다.

 

미국과 가까운 데, 바로 들어가기 힘들고 우리나라와도 비수교국이라 더 가려져 있는 비밀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라고나 할까?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비슷하게 생각들을 하고 있는 듯.

 

주위 사람들이 하나같이 미지의 쿠바를 동경하면서도 쿠바에 대해 일종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과 쿠바의 지리적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 또한 멀었다. 시가, 살사,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성공한 혁명 이것이 사람들이 쿠바에 대해 아는 것의 전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머나먼 곳을 여자 홀로 떠난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6p

 

 

사회주의 국가인데 빈부의 격차가 있고 치안이 불안하다는데도 여자가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라 그런지(?^^) 더욱 실감난다.

 

공중전화카드 사용의 불편함, 휴대폰의 구입과 치과 치료 경험까지 아바나에서 살면서 그가 가졌던 환상을 깨가며 생활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라는 애인과 8개월 동안 열애(288p)'하는 이야기가 ’현지인처럼 살아보기‘가 항상 꿈인 내겐 생활의 냄새가 듬뿍 담긴 이야기가 좋았다.

3part까지 수도 아바나에서의 일상적인 삶이고, 4part에서 오린엔테(동부여행)이 조금 담겨있는데, 흔히 보던 곳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좀더 생활밀착형인 것 같다.

 

 

 

감성으로 덧씌운 쿠바는 더 이상 쿠바가 아니다. 쿠바는 여행자 각자가 원하는 모습을 개인에게 맞춰서 보여주는 데 탁월하다. 해풍에 부식된 건물 속에서 마치 유령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조차 눈길을 끈다. 각자에게 맞춰 맞춤 유령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쿠바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여자들과 매력적인 살사와 음악과 말레꼰은 메마른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아련한 감성을 이끌어내고, 감성은 다시 재생산되고 재생산된 감성과 이미지는 사람들보다 먼저 낡아간다.

 

영화 속의 이미지와 성공한 혁명이라는 환상은 지금도 계속 소비되고 있다. 쿠바라는 이미지는 소비의 극을 향해 달려가다 어느 정점에 이르러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지구상에서 멸종되어버린 종처럼. 이미지의 고갈이 어떤 상황을 불러올지 알 수는 없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미지는 없다.

 

 

언젠가 아바나에서 오래 지낸 한국 언니에게 “쿠바에 적응하면 세계 어느 나라든 적응하지 못할 곳이 없겠다.”고 말했더니 언니는 그 말이 사실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쿠바가 그만큼 열악하고 그만큼 생활하기 힘든 곳이라는 뜻이리라. 몸과 마음이 쿠바라는 나라에 적응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알 수 없었다.

쿠바라는 환상 中 282-284p 

 

 

환상을 다 깨버리고 난 이후에도 다시 열애에 빠져버리는 쿠바!란다.

그래서 더 매혹적인 곳이 다시 되어 버린 쿠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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