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평점 :
" '지금은 아니'가 '전혀'가 되기란 얼마나 순식간인가"
제1부 중 12p
운명처럼 순간을 만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더글라스 케네디 책에 꽂혀 들락거리던 도서관에서 책이 출간된 순으로 읽다가 가장 최근에 접한 그의 책이다.
미국인인데도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싶었는데, 동서독 통일 전의 이야기라니ᆞᆢ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을 겪고난 이후의 작가들은 알게 모르게 한국전을 빚을 진 것처럼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처럼
뭐야? 제대로 이야기할 게 있을까? 아님 소재가 떨어졌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들어갔다.
읽으면서
아! 하고 부란덴부르크 문이 열리기 얼마 전을 배경으로 한 토마스와 페트라의 사랑했지만 비극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가 새삼 대단하다 느껴졌다.
책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그저 소설이라기에는 심오하게 생각해봐야할 꺼리를 늘 던져준다.
인간 존재는 우연에 의해 지배된다. 우연의 힘을 절대로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우연히 어떤 때에 어떤 장소에 있게 되었다가 그 우연이 그 사람의 존재를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우연한 리듬에 묶인 포로다.
제2부 중 58p
우리는 운명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긴다. 하지만 운명을 조종하는 건 언제나 자신이다. 자기도 모르는 새, 자신의 바람과 달리, 우리는 자기 자신의 운명을 조정한다. 아무리 끔찍한 비극과 맞닥뜨려도 우리는 그 비극에 걸려 넘어질지 아니면 넘어서서 앞으로 나아갈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비극에 맞설지 피할지도 선댁할 수 있다. 기족에게 구속될 걸 두려워하면서도 가정을 이루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사랑을 받아들일지 피할지도 선택할 수 있다.
제5부 중 574p
어쨌든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는 늘 자신이 선택한 시나리오로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고, 앞으로 전진해야 하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길지 않은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뜻대로 완성해 가야 한다.
완성.
인생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아니면 그저 잃어버린 것과 우연히 마주치는 게 인생의 전부일까?
제5부 중 590p
그리고 마지막장이 나오면서 좀 서운하긴 했지만 , 디즈니의 이야기처럼 무조적인(?^^) 해피엔딩으로만 끝나지 않은 것도 어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행 작가라는 토마스의 직업 때문일까? 평생을 사랑했지만 다시 만나지 못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오버랩이 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하루, 또 하루. 수많은 가능성, 수많은 권태, 선택이 전부일 수도 있다. 선택이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해피엔드로 끝날 수도 있다.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길은 늘 앞으로 뻗어 있다. 우리는 싫든 좋든 그 길을 지나가야 한다.
우리는 그 길을 어떻게 지나가는가? 지나가는 도중에 누구를 만나는가?
사랑은 늘 가장 중요한 발견이다. 계속 줄어드는 인생의 시간, 그 시간의 흐름을 줄이는 사랑이 없다면, 인생이라는 머나먼 여정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삶을 견딜 수 있을까?
'페트라. 나의 페트라.'
나는 평생 저 말에 사로잡혀 살까? 내가 어디를 가든 그 세 단어가 나를 쫓아다닐까? 나는 우리 모두가 그렇게 찾고자 애쓰는 걸 한때 찾아냈다.
그런데 그 모두를 잃어버렸고....
길이 있다. 새로운 날이 있다. 눈앞에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깨달음을 줄 심오한 무엇을 바라는 희망. 다시는 못 느낄 생각. 인생의 제2장으로 들어설 거라고 스스로를 타이를 필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충동. 인간 실종의 중심에 있는 고독.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욕망. 타인과 연결될 때 피할 수 없는 두려움.
이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순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순간, 우리 앞에 놓인 순간.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얻을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순간.
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주 짧은 찰나라도 순간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제5부 중 591-59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