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50도 예술여행
문화우리 외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언젠가 미국 여행을 마치고 뉴욕에서 출발해 들어오면서 몇 시간을 가도 미국 땅이라고 나오는 항공뷰를 봤을 때 뭐랄까? 말은 ‘징그러~’하고 말았지만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넓은 땅에 대한 경외를 넘어서 부러움이랄까?를 느꼈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끝부분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시작되는 러시아의 여행을 읽는 내 마음이 그 때를 떠오르게 한다.

특히 이 횡단 열차는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무려 9,288킬로미터로 지구 둘레의 1/4길이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란다. 꼬박 달려도 6박 7일이 걸린단다. 휴~~~

 

그리고 바이칼 호수

초승달 모양으로 길이 636킬로미터, 최대폭 79킬로미터, 최저수심 1.6킬로미터, 면적은 31,500제곱킬로미터(045p)란다. 전 세계 담수량의 20%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물, 각종 동식물이 살고 있는 ‘생태학전 보물창고’로, 199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휴~~~~

 

시베리아에서의 중간 기착점인 바이칼호 근처의 이르쿠츠크까지는 횡단 열차를 타고 광활한 곳을 지나 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와 옛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돌아본다.

 

특히,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광장의 의미(‘광장’이란 원래 전제군주가 국민에게 허풍을 치기 위한 곳입니다. 시범 케이스로 누군가를 죽이는 장소입니다.(082p))를 되새기는 이윤기 작가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커서 인상적이었다.

또, ‘톨스토이에게서는 향기를 느낄 수 없다’ 라는 코너에서는 톨스토이에 대해 다시 알게 되어 꽤 충격적이었다.

 

러시아의 3대 문호라지만

나는 톨스토이에게서는 향기를 느낄 수 없다

20년 간 살았던 이 집에서 그는 열 명의 하인을 거느리고 살았고,

말년을 보냈던 농장에서는 200명의 농노를 거느렸다.

신발조차도 직접 벗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시대를 산 사람이 간디와 만나면서 인도주의를 얘기한다.

우리는 과연 그를 무소유 철학의 휴머니스트라 인정할 수 있을까?

그는 소설가로서 한 번도 인도주의자였던 적이 없다.

-톨스토이에게서는 향기를 느낄 수 없다 이윤기_소설가 119p

 

승효상 건축가가 이야기하는

‘종교 건축‘의 네 가지 개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임으로써’, ‘죽은 자가 있는 집’으로 종교적 힘이 생기고, ‘신의 집’ 즉 신전의 개념으로서의 집과, ‘하이플레이스’ 높은 곳에 신이 있다는 것으로 개념 풀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종교적 건물의 탑이 높아진다는....^^

 

유럽을 향한 창으로서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할에 대한 설명도 문화적 개념으로 눈여겨 볼 만하다.

 

 

제가 여행의 타이틀을 ‘북위 50도’라고 명명한 것은 단지 지정학적인 위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북위 50도에서 60도에 있는 나라들은 세계문화중심에서 항상 변방으로 치우쳐 있던 곳이고, 그런 곳들을 우리가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도시와 나라들이 세계문화에 편입되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을 기울였던가를 확인하기 위해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저도 처인데, 매우 인상적입니다. 도시는 항상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후 시간이 축적되면서 역사를 통해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도시가 맨 처음에 만들어진 동기가 중요합니다. 권력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고, 종교의 힘 또는 문화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고, 요즘같이 자본에 의해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전형적으로 권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도시입이다. 18세기 초 짧은 기간에 단번에 만들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권력의 징후가 여러 가지로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권력에 의해서 강제된 도시 풍경을 갖고 있어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되새기며 승효상_건축가 180-181p

 

 

이렇게, 모스크바에서는 유명 지역과 문화재, 건축물을 들러보며 러시아의 근현대사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 나라 핀란드의 헬싱키와 스웨덴 스톡홀름,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이어지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여행에는 좀더 유명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다.

언젠가 승효상의 건축 기행 『건축, 사유의 기호』(2004)에 나왔던 장소들도 많이 등장한다.

 

‘발트 해의 아가씨’로 유럽 대륙 여러 나라의 수도 가운데 가장 북쪽인 위도 60상에 위치하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스웨덴 최대의 도시이자 스칸디나비아 반도 전체에서 가장 큰 도시인 스톡홀름

매년 세계 도시들의 삶의 질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북유럽 최고의 명품도시라는 덴마크의 코펜하겐까지

 

 

핀란드에서는 암석교회와 시벨리우스 공원이,

스웨덴에서는 스톡홀름 시립도서관. 우드랜드 공동묘지가 그 중 무엇보다도 우드랜드 공동묘지는 충격이었다.

 

승효상 건축가가 있어서 그런지 유명 건축물들을 중심으로 책이 진행되는데 오히려 깔끔하면서도 책을 읽어가며 러시아의 이런 저런 정치사와 문화사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비행기, 발트 해 유람선까지 여러 종류의 이동 수단을 이용해 2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주류의 가장자리에서 꽃핀 문명, 북위 50도 예술 기행은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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