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입담이 좋은 사람이 책이 재미없거나, 강의는 별로였는데 정작 책을 읽게 되면 재미있거나(이런 경우는 전자前者의 경우보다 드물지만)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김정운 교수는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입담만큼이나 글이 맛깔나다. 두 재주를 한꺼번에 가지시다니 좀 부럽긴 하다. 하긴 책 중간 중간에 13년간이나~, 내지는 30년간이나 심리학을 전공한~ 이라는 사족을 달면서 소위 요즘 하는 말로 ‘자뻑’이 보태어지는 점은 있지만 그것조자 귀엽게 넘어갈 만한 정도다.

 

이번에도 남자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책 읽지 않는 남자들이 꼭 봤으면 싶지만 함께 보는 것이 더 좋겠다.

 

병원을 나서며 생각한다. 소변 줄기가 막히는 것도 그렇게 두려워 그 난감한 전립선 검사조차 마다 않는데, 온통 상처투성이인 마음에는 왜 정기검진이 없을까? 건강검진뿐만이 아니다. 자동차도 때 되면 정기검사를 받는다. 길바닥에 느닷없이 차가 서버리는 황당한 상황이 두려워 아주 철저하게 닦고 조이고 기름 친다. 그러나 내 마음이 도대체 어떤 상태인지 검사해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토록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지금까지 버텨온 내 마음이 아무 이상 없을 거라는 그 황당한 믿음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마음의 정기검진이 시급하다 中 101

 

왜 이렇게 내 마음도 못 들여다 보며 사는지 생각해보면서 말이다.

 

 

앞에 읽었던 책들의 이야기들 중 重言復言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가벼운 터치로 지나간다. 물론 이야기를 가벼운 터치로 쓰긴 하지만 내용이 볼 거 없는 가벼운 것이라는 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을 나타내는 물건들이 왜 제대로 없나? 투덜대면서 수첩과 필기구, 만년필에 목숨(??까지는 아니지만)을 거는 필자에 이어 명사들의 물건-책상, 벼루, 수첩이나 바둑판, 스케치북, 안경 등에 이어 지도, 면도기, 목갑 수납통 심지어 계란 받침대까지 소박하기 그지없다. 투덜댈 만도 하다.^^ 여러 문제를 연구하셔서 연구 결과를 재미나게 써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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