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내게로 오다
김희은 지음 / 즐거운상상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포르투갈 하면 생각나는 거라는 게 고작 에스파냐 옆의 지중해변 남유럽에 위치한 나라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와 둘체 뽄떼의 파두Fado의 나라.

색타일 아줄레주 정도.

 

파두 음악 때문에 가보고 싶은 나라이긴 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구하고 싶던 음반도 이탈리아에서 헤매다 구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가보지도 못한 포르투갈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사는 동안 내내 품고 있을 마음, 처음엔 아팠다가, 슬펐다가, 가끔은 이토록 외곬인 마음에 스스로를 안쓰럽게 여기기도 했다가, 아주 오랜 시간 뒤에는 그리움만 오롯이 남는다. 그 상태로 숙성된 마음을 포르투갈인들은 ‘사우다드 Saudade'라고 부른다. 순응하고 살지만 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은 그저 삶 곁에 한 자락 두고 살아가는 것. 고통은 오래 전에 다 겪었기에 이젠 그 추억을 생각해도 아프기보다는 아릿하고, 살짝 감미롭기까지 한 것.

이 세상 어떤 나라의 정서로도 등식을 만들 수 없다는, 포르투갈 사람만의 감정 사우다드. 이루지 모한 것들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 또는 가 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갈망, 이 정도라면 조금 설명이 될까. 우리게 한(恨)과도 닿고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한은 독하고 아프지만, 사우다드는 독하기보다는 애잔하다. 영어의 노스탤지어와 비견하는 이도 있지만 단순한 향수(愁)와 달리, 한 사람, 어떤 시간, 그 시간을 불러오는 사소한 물건에서도 사우다드는 피어난다.

남편을 바다에 보내놓고 한없이 기다리는 아내, 바닷길에 자식을 뺏긴 노모의 눈물.... 그 모둔 마음을 담은 포르투갈인들의 노래가 파두이며, 파두는 그들의 사우다드를 담아 노래한다. 사우다드를 얼마나 노래 속에 절절하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파디스타의 기량을 판단하기도 한다.

포르투갈의 영혼을 노래하는 파두 中 29-30

 

가지고 있는 여러 음반에서도 파두에 대한 대략적 설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파두 음악에 대한 설명이 눈에 쏙 들어오는 경우는 없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음악이나 어떤 장소에 대한 설명이 이런 식으로 인상적이었다.

 

 

 

 

가이드북 같은 꼼꼼함이 있으면서도 가이드북의 단점, 정보만을 주는 듯한 느낌에서 탈피한 좋은 책인 것 같다. 포르투갈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수도 리스본의 구석구석은 물론, 포르투갈의 북부 포르투, 브라가에서 가장 남쪽 해변도시 알부페이라까지 세세히 돌아보고 있다.

 

내가 가게 되거나, 또한 주변 친구들이 간다면 가이드북 대신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문화는 물론이고 음식이며 교통,음악 등 여러 분야를 상세하게 묘사해주는 부분들이 좋다.

이 책에 대한 좋은 인상 때문에 즐거운 상상의 Slow Travel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오랫만에 fado 앨범을 꺼내 들으며,

'포르투갈 가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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