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떠나가면
레이 클룬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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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소설이 자전적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소한 첫 번째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고 한다.
계속 소설을 읽어보고 싶던 차에
좀 재미없어 보이는...눈에 띄는 책은 아니었지만 제목이 끌려서 가져오게 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가 본인의 이야기이고, 그것도 너무나 젊은 나이에 손도 써보지 못하게 되어버린 상태로 암으로 떠나버린 아내와의 이야기라니... 
 

각 장이 넘어갈 때마다-기욤 뮈소의 글처럼-그의 마음들이 좋아하던 팝송 가사들에 의해 나타나고,
클립으로 각각의 장소나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 상세하게 나와 있다. 마치 내가 그곳들을 가본 것처럼,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책의 초반부터 너무나 어이없어 하면서도 밝은 필체로 엮어가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

그러다 조금씩 넘어가면서 ‘고독공포증’의 ‘댄’의 금요일마다의 외출과 여성편력이 너무나 어이 없었다. 어쩜 아픈 와이프를 두고, 겨우 이유식을 떼고 있는 딸아이를 두고 그렇게나 많은 외도를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너무 힘들어하던 그에게는 일종의 탈출구라기보다는 평소 생활대로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면서 이해라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불안해하던 댄도 여자 친구 로즈의 도움으로 노라에게 이러저러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위로를 받으며, 얼마 남지 않은 카르멘과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두고 가는 딸 카르멘을 위해 비디오를 찍고, 편지를 쓰고....

 

나는 사람들에게 뭔가 남기고 싶단다. 나중에 그들이 너에게 그것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도록 말이지. 지금 아프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네가 인생에서 원하는 게 있다면 나아가서 그 일을 하길 바란다. 매일매일 즐겨야 한단다. 나중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거든. 지긋지긋하고 진부한 말로 들리겠지만, 이런 표현밖에 생각나지 않는구나.

예전에 내가 오페어로 런던에 갔을 때, 친구들과 선술집과 식당에 자주 다녔단다. 한 번은 구두 바닥에 구멍이 생겼는데 구두를 수선할 돈이 없었어. 적어도 새 구두를 장만하느냐, 친구들과 멋진 외식을 하느냐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했어. 새 구두를 신고 혼자서 집에 있는 것보다는 외출해서 사람들과 멋진 일을 하는 편이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 후로 전 세계를 여행했지. 여행을 하고 싶다는 얘기는 많이 듣지만, 그들은 아무 데도 못 가지. 루나,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되는 이유가 백 가지나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일을 해야 되는 한 가지 이유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단다.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나중에 후회한다면 몹시 슬플 거야. 결국 우리는 일을 해야만 거기서 배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 카르멘이 루나에게 주는 일기장에서 353-354p

 

 

우리 나라와는 조금 다른 네델란드라
안락사를 택하게 되는 카르멘의 마지막 열흘 정도가 정말 눈물짓게 하는 부분이 많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모두 만나보고, 아래층에서 파티를 열고, 마지막으로 엄마와 딸 루나 그리고, 안락사하는 순간에는 모든 것을 알고 용서했던 철없는 남편 댄의 손을 잡고 안락사하게 된다.  

죽음을 의연하게 선택하는 카르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힘이 드는 여러 절차가 있었다고 들었지만  딸 루나의 말처럼 "이제 엄마가 하늘 나라를 가면 아프지 않는 거지?"하는 것처럼 많은 고통에서 아름다운 최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의 상황들을 다시 한 번 되씹어가면서 글로 풀어낼 때 다시 한 번 더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 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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