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가 책 선물을 제일 좋아라하는 내게 뭉치 보내준 책 속에 있던 책이었다. 거의 초판들로다...근데, 조금 나쁜 버릇이라고 할까?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제대로 열어보지 않는다는...여러 권을 구입하고 나면 꼭 먼저 읽는 책이 있고, 나중에 읽으려고 넘어가다 그 다음 책에 치이는 책이 있곤 한데 이 책이 그랬다. 읽고나서는 미리 못 만나 쬐끔 미안한 맘이 들 지경이다.

손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대해 아는 지식이라고는 ‘정약용의 형이 귀양생활 중 흑산도에서 쓴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정도로 얄팍하다 못해 전무하다.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부제도, 몇 장만 열어보면 나와 있는 사진들도 제대로 보지 못한 까닭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언급된 30종의 해산물(한 종은 예외입니다만)이 등장(책머리에 中)하는 정말 재미난 이야기책이다.

왜 재미난 이야기라고 했느냐? 하면 [자산어보]를 알지도 못하면서 좀 재미나지 않을 거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칭 ‘생계형 낚시꾼’인 한창훈 어찌 이 해산물들과 하나하나 사연이 있는지...사실 해산물 좋아한다. 회도 기절하게 좋아하고 해초류 종류도 없어서 못 먹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비교할 줄도 구별할 줄도 모르는 내게는 놀라울 뿐이다.
잡는 방법도, 먹는 방법도, 해산물들에 대한 사연도 모두 맛깔나게 읽히니다. 

책머리에서 밝힌 것처럼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이 다르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사슴 꼬리와 비슷하여 녹미채라도고 부르는 톳은 오래 먹으면 이빨과 머리카락이 아주 좋아진다. 산모가 먹으면 아이의 뼈가 튼튼해진다. 산성화된 몸을 알칼리성으로 바꿔주기도 하는데 예전에는 살아남기 위해 먹었던 것을 요즘은 건강식으로 먹으니 세월 참 많이 갔다.  

 전반적으로 부유해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부유해졌다는 것을 못 느끼는 모양이다. 이유 없이 불안하고 공연히 안달내고 가만히 있으면 손해 본다고 생각한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는 게 증거이다. 스스로 웃을 능력이 사라져버려 개그와 예능 프로에 눈박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톳-때를 기다리는 가난한 백성의 맛 326P

이 ‘생계형 낚시꾼’의 입담도 대단하다. 너무나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글쓴이치고는(??^^) 본인이 너무 자주 등장하지만 사진도 생선들의 시체만 널브러져 있는 모습만은 아닌 사진이 꽤 좋다. 특히,  인도양에서 찍은 날치의 사진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날개가 달린 물고기라니....꽤나 놀랍다.  [자산어보]에도 나온 ‘사람도 아닌, 물고기도 아닌’ 인어 이야기는 황당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입담 좋은 생계형 낚시꾼 덕분에 바다를 깊숙이 친해지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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