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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 홀리다 - 문인들이 사랑한 최고의 문학여행
김연수 외 지음 / 마음의숲 / 2011년 1월
평점 :
여행은 목적지가 없는 과정이다. 우리의 생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아이들이 자라고 어른이 되어 또 자신의 자식을 보면서 우리는 아무런 보상이나 연민 없이 행복하고 감사해 하지 않는가? 끝없는 여행. 우리는 목적지 없는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국경, 마치 거듭되는 전생의 만남처럼 245p
여러 작가들이 각각의 도시에 관한 단상을 이야기하던 책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에서 받은 인상이 좋아서 약간 그런 느낌일 것이라 생각하고 허겁지겁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기대가 꽤 컸던 모양이다. 책자도 판본이 작고 글자는 너무나 크고 몇 시간 걸리지 않아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책값이 아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작가 11명이 다른 작가들의 여행에 관한 모티브를 가지고 여러 곳에 대한 단상을 읊은 책이다. 솔직히 소설이라는 공간이 아닌 곳에서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작가들도 있긴 해서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런 마음을 충족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작가라고?’ 싶은 기행문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리스본에 꼭 가보라고 권하는’(33p) 노란색 28번 트램을 타고 싶게 하는 김연수 작가의 리스본 기행은 그의 글 [여행할 권리]에서 맛본 것처럼 그의 소설과는 다른 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좋고, 예사롭지 않았던 [좀비들]이 김중혁이 스톡홀름까지 날아가 묘지 기행으로 탄생한 것이라는 것도 재미나다.
표지의 사진을 보고 이국적(異國的) 풍경만 이야기한 줄 알았는데, 내가 늘 좋아하는 제주를 이야기한 박성원 작가의 글을 읽으며 언젠가 작은 책자에 썼던 나의 제주 이야기와 비교하며 이렇게 제주를 표현할 수도 있겠구나 싶고, 이중섭만으로 이야기가 가득한 정끝별의 서귀포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