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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첫 번째 치유의 행위는 떠남입니다.
날 아프게 하는 영역으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떠남은 우리를 치유하지 못합니다.
아픈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떠나지만 떠남이란 결국 돌아옴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돌아와서 현실로부터 더욱 집요하게 추궁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여행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는 이유,
자기의 먼 곳을 잃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 프롤로그 중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은 때로 행운을 가져다줍니다.
의외의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간혹 길을 잃어 주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 힘으로는 다른 길로 발을 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길로부터 벗어나는 게 두려운 것입니다.
-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15
여행하고 싶은 곳이 너무나 많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열심히 여행할 곳을 역사적인 배경까지 공부해가며 가고 싶은 곳을 꼽아본다. 사실 ‘사우스 아프리카’는 나의 그런 목록에 들어있지 않았다. 아니, 어느 책에선가 본 열차를 타보고 싶어 잠깐 생각해봤던 적도 있지만 가나에 있던 친구에게 가보려던 계획도 엄청난 비행시간에 힘이 들어서 ‘남아프리카’는 엄두도 못냈다.
게다가 ‘남아프리카’하면 내게는 역사적 지식이 많지 않아, 오래도록 흑백이 구별되어 있던 곳, 넬슨 만델라 정도의 흑백 논리 밖에 있지를 않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south African 한 명이 남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조금의 관심조차 힘들게 만들어버렸다. 백인이어서 그런지 황색인종에 대한 인종 차별조차 심하고 심지어 한국을 떠날 때도 아무 곳에나 주차를 시켜놓고 달아나는 통에 와우...!! 대단해. 싶어하면서 좋은 인상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 다시금 ‘남아프리카’를 꿈꾸게 한다.
흔히 남아프리카하면 나오는 희망봉이나 시그널 힐, 테이블 마운틴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리를 틀고 산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다. 해산물을 좋아라 하지만 갑각류는 별루인 나조차 먹어보고 싶게 만드는 랑가방의 레스토랑도 가봐야 할 것 같고, 테오의 설명을 보자면 인도의 ‘난’이나 터키의 ‘피데’처럼 느껴지는(내가 좋아하는^&^) 브레드 브라이도 먹어봐야 할 것 같고,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브라이 화덕의 양고기도 꼭 먹어봐야 할 것 같다.
아틀란티스 샌듄에서 샌드보드도 타고, 크루거에서 쟈카도 만나보고 싶다.
케이프타운이란 도시가 너무나 백인적인 동네라 사실 피부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 많이 미화美化된 것이 아닐까 하며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마다 보여주는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푸른 빛의 하늘만으로도 유혹되기 충분하다.
여행자는 여행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선물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 빚을 지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내 여행의 갚음이 시작되는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
내 여행이 희망하는 것은 당신의 먼 곳입니다.
낯선 도시 작은 숲길을 지나 문득 올라선 언덕 위에서 만날 수 있다면, 낯선 거리 좁은 골목길을 돌아 우연히 마주친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다면,
오래 잊고 지내온 당신의 먼 곳,
그 선한 그리움의 증거 한 조각 들고 당신께 돌아온다면 좋겠습니다.
- 에필로그 중
새로운 갈림길에 있는 내게 무엇보다 내게 주는 선물로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