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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신발
김주영 지음 / 김영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국어에 대한 나의 무지 탓일까? 그의 글은 때로, 자주 사전이 필요하다. 그 전에 언젠가 어느 유명해진 소설가가 습작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한 것이 기존 작가의 글을 필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는 얘길 듣고 난 후로 [홍어]때도 [아리랑 난장]에서도 [멸치]에서도 김주영의 글을 읽으면 그런 습작을 위해 베껴 적을 만한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런 그가 30여 년의 작가 생활에서 처음 내는 산문집이란다. 그것부터 의외였다. 그런데 읽어나가면서 풀어내는 그 맛이라니...어느 동네에 있을 만한 칠득이와 빠꼼이, 언청이와 절름발이, 똥개 복실이까지 등장해 우리네 얼마 전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다가 만나 보기 힘든 사진 작가 임인식씨의 한국전쟁 무렵의 사진과 함께 한 글은 사진에 대한 감상이라기는 그렇고 꼭 사진을 위해 있는 듯한 글, 글에 맞춘 듯한 사진이 매우 좋았다.
그렇게 혀를 내두르며 읽으며 계속 드는 생각의 꼬리 '거의 맨땅 한 번 제대로 밟아보지 못하고 사는 우리는 슬프다. 돌아갈 고향이 없는 우리는 슬프다. 따뜻하게 추억할 거리를 가지지 못한 우리는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