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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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의 시가 이렇게 모던해지다니! 별명이 '전라북도 예술가'라는 그가 이제 그 청승맞은 한복 저고리를 벗어던지고 세련된 양복으로 갈아입은 걸까. 그러나 시의 밀도는 언어의 밀도이기 이전에 시인 자신의 삶의 밀도이다. 그것은 감각의 밀도이며 습관의 밀도이며 술주정의 밀도이며, 나아가 세계관의 밀도이다.
[눈물의 빛] 中 -229쪽

지금 이곳에서 그가 그리고 내가 기댈 곳은 어디인가. 공허한 전망도 아니요, 그렇다고 아프다고 마냥 누워 엄살떠는 것도 아니요, 그저 누추한 자신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일 때까지 오래도록 응시하는 것, 어쩌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욕망이 다한 폐허에서 일어나 다시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
[눈물의 빛] 中 -230쪽

나도 그처럼 세잔의 체온을 느끼며 언덕을 오르고 싶어. 남불(南佛)의 따뜻한 햇살을 듬뿍 받고 걸으며 "산다는 건 끔찍한 일이야."라고 중얼거려야 했던 인생의 모순을 껴안고 싶어.
[세잔의 회상] 中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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