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자들이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좀 다른 각도에서 패션과 스타일을 보게 되길 바란다. 한번쯤 자기 자신의 스타일을 돌아보고, 이 책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더 깊은 즐거움을 경험하길 바란다. -7쪽
그는 영어를 못하고 나는 이탈리아어를 못해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할 뿐이지만 말이다. 사진을 찍을 때는 이런 언어 장벽이 오히려 유용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무슨 뜻이냐면, 사진을 찍는 것은 그 사람의 어떤 면을 포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을 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현실은 언제나 낭만적인 상상보다 못하다. 하지만 별로 불만은 없다. 현실의 시시콜콜한 사실까지 속속들이 아는 것보단 낭만적인 상상으로 놔두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모르는 게 행복 中 -8쪽
나는 사람들이 소라게 같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사회적인 역할로 가장하기 위해 겉껍질을 갈아입는 것 말이다. 우리는 ‘역할’을 입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람들의 패션을 볼 때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눈의 탐욕’을 챙기게 된다. 그 사람이 무엇을 입었느냐보다는 어떤 요소가 내 스타일에 맞는가를 찾는 것이다. 내가 사람들의 이름이나 입은 옷의 브랜드를 잘 밝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눈의 탐욕 中 -27쪽
시몬이라는 이름의 이 신사는 <엔젤 하트>의 로버트 드 니로를 연상시킨다. 뭔가 불길한 섹시함 같은 게 느껴진다. 그는 사고를 칠 정도로 매력적인 미소의 소유자이다. 사토리얼리스트를 처음 시작한 의도는 바로 이런 남자들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뉴욕의 거리에서는 볼 수 있지만 고급 패션 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들. 실제로 나에게 청바지에 너저분한 티셔츠만 입는 열아홉살짜리 모델들보다 이런 사람들이 훨씬 영감을 준다. 당당한 걸음걸이의 소유자 시몬. 그의 스타일은 요란하지 않아서 막상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가 힘들다. 직접 봐야 감이 잡히는 그런 종류이다. - 불길한 섹시함, 피렌체에서 中 -233쪽
그의 스타일은 결코 고급스럽지 않으며 꼼꼼하게 신경 쓴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진정으로 옷을 입고(옷이 사람을 입은 것이 아니라) 옷 자체가 멋있기보단 그 자신이 옷을 멋입게 입는다. 흔히 이렇게들 말한다. 여자들은 가장 최근에 산 옷을 좋아하고 남자는 제일 오래된 옷을 좋아한다고. 로버트가 바로 그런 남자가 아닐까. 이번 시즌 패션쇼에 올라가는 옷을 입기 보단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질감과 색을 조화시키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그런 사람이다. - 예상치 못한 조화 중-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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