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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가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까지 과거 속에서만 살 거야.”
시즈에는 그렇게 가호를 나무랐다. 가호는 그럴 때마다, 내가 과거를 사는 게 아니고 과거가 제멋대로 쫓아오는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그런 말을 수긍하지 못하는 시즈에는 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느냐, 한심하다, 고 안타까워했다.
“자신이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이야.”
언젠가, 너무도 괴로워 그렇게 말했다. 절반은 진심이었다. 모든 것이 착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시즈에는 잠시 침묵하고서 매정하게 이렇게 말했다.
“괜히 억지 부리지 마.”
괜한 억지 부리지 마. 정말 멋들어진 한마디였다. 그 말이 생각날 때마다, 시즈에다움에 쓴웃음 짓지 않을 수 없다. 시즈에는 단 한마디로 가호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 공주님 놀이 中 200
오랫 친구 같은(?) 친구 시즈에와 가호
팟 팟 팟
영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짧은 문장들이 계속 두 사람을 비추며 이어져 나른하게 흐르는 문장.
신칸센으로 4시간여나 떨어져있는 애인을 사귀고 있는 미술교사 시즈에와
5년을 사귄 남자를 5년이 지나도록 잊지 못해 송장처럼 사는 것 같은 가호
시즈에와 가호의 애증어린 우정관계라고나 할까
하지만 때로 지루하게 느리게 또는 우울하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