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테오에세이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품절


도시에 산다는 것, 그것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방식의 삶을 산다는 말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나도 모르게 혹은 의식적으로 상처를 나눕니다.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습니다. 그것이 도시의 삶,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간혹 과잉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두 배쯤 양보하고, 세 배쯤 사양하고, 언제나 먼저 용서를 구하는 불편부당한 타입의 사람들. 그러나 그들의 배려는 스스로를 구원할 뿐입니다. 그들이 베푸는 배려로 행복해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의 과잉 배려에 익숙해진 상태는 다른 장소, 다른 사람을 만나는 순간 더 크게 상처받고 슬퍼하게 되는 것입니다.
- 히피 호르헤 -31쪽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을 지키는 사람의 이름, 당신이 지켜야 할 사람의 얼굴, 당신에게도 티카가 있습니까?

당신의 티카는 어떤 사람입니까?
- 하늘 호수를 지키는 개, 티카 -39쪽

티티카카 호수를 떠나는 방법.
돌아보지 말 것.

무엇을 타고 건너든지 누구와 함께 건너든지 그것은 상관없는 일. 티티카카 호수를 건너 떠나고 싶다면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합니다. 뒤를 본다면 호수를 건널 수 없습니다.
- 티티카카 호수를 떠나는 방법 -62쪽

나는 궁금합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놓여 있나요?

당신이 놓인 자리가 염려되나요?
걱정 마세요. 진실이 알려지는 순간, 당신의 진가가 알려지는 순간, 사람들은 더 큰 놀라움으로 당신을 감탄하게 될 테니까요.
- 당신이 놓인 자리- 117쪽

삶은 결국 여행입니다. 오래 떠나는 산책입니다. 여행의 가장자리를 축복하는 것은 값싸고 맛좋은 음식입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간 멋쟁이 요리들은 지친 여행자를 위로하지 못합니다. 누구나 길 가장자리를 걸어야 할 때가 있고, 길 가장자리를 걸을 때의 주머니란 가볍기 마련이며, 가벼운 주머니로 오래 걸을 때의 심정이란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닌데 바로 그 찰나에 부뉴엘로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겸손하고 착한 음식이 다가오는 것입니다. 여행자의 배고픔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뜻밖의 선물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나도 누군가의 부뉴엘로가 되고 싶습니다.
어떤 여행자의 외로움에 선물이 되고 싶습니다.
- 부뉴엘로- 196-199쪽

우리는 자주 생각합니다. 여기를 떠나 거기로 가고 싶다고. 이곳을 떠나 다른 곳,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을 먼 곳으로 가고 싶다고.
이 여행의 처음이 그랬습니다. 무작정 여기만 아니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예전의 거기가 아닌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예전에 그리워하던 거기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을 먼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떠남이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 뚜삐사 -207쪽

나딸리아, 나는 아마 이곳에 다시 오기 어려울 거예요.
테오, 잘 모르고 있나 본데 사람이 어딜 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네가 원한다고 어딘가에 가게 되는 게 아니야. 실은 네가 가는 곳 모두가 네가 원해서 가게 되는 게 아니야. 그곳에 가야 하기 때문에 가게 되는 거야. 여길 다시 오게 될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그런 말을 절대로 해서는 안 돼.
- 할머니 나딸리아 - 233쪽

쉬워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오래 걸었던 적 있습니까? 무작정한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있습니까? 일상을 이유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은 일상을 까닭으로 떠나는 것입니다. 일상을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을 위해 떠나는 것입니다.
현실을 포기하는 사람은 여행자가 아닙니다. 여행자는 인생을 이해하고 자아를 사랑하는 사람, 여행을 통해 일상을 정돈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더 나은 일상을 조성할 줄 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대체로 한곳에 오래 머뭅니다. 여러 곳을 사진 찍으며 휘돌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 오래 머물고 싶듯, 그와 오래 이야기 나누고 싶듯, 그들은 여행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곁에 오래 머물기 위해 조용히 걷는 방식의 여행을 즐깁니다. 한곳에 오래 머무는 방식의 여행을 좋아합니다.
- 당신은 여행자입니까?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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