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했다고 하자, 아내가 묻는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나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내쪽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내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는데, 아내의 나지막한 한 마디가 내 가슴을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찌른다.

“아주 가끔......” 
8p

프롤로그에서부터 빵~ 터지는 아내와의 대화. 백만 프로 공감!!^^
‘가끔’ 후회하는 남편과 ‘아주 가끔’ 만족하는 아내가 함께 사는 집(9p)에서의 남자 또는 집밖의 남자 이야기이다.

비애적인 남자들의 이야기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남자들, 아니 세상의 거의 모든 남자들이 이럴까? 싶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일하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가정에서도 소외 받고, 스트레스에 찌들어 사는 우리네 40대 남자들의 이야기가 때로 슬프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이 이 비애스러운 이야기에서 비실비실 웃음이 삐져나오는 것은 무엇일까? 너무도 적나라한 이야기 이기도하고 글쓴이의 재미난 입담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리라. 목차의 제목만 읽어봐도 그의 이야기 솜씨를 알 수 있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다소 불쌍해 보이고 아직도 수컷의 냄새만을 풍기며 살고 있는 이 땅의 남자들에게 아니 인간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내가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의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하루에 도대체 몇 번 감탄하는가다. 사회적 지위나 부의 여부와 관계없다. 내가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다 할지라도, 하루 종일 어떠한 감탄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내 인생이 아니다. 바로 그만두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내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그 돈으로 매개된 감탄이 없다면, 그 돈은 내 것이 아니다.
290p

‘재미나게 살아야 한다. 감탄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삶이 아니라, 내가 즐거운 삶 말이다.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299p)

그렇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런데, 어떻게?
김정운은 그에 대한 해답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하얀 침대시트에서는 누구나 잘할 수 있다’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행복의 조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복의 요건 중 50%를 차지하는 유전적 요인은 어차피 ‘운명’이다. 팔자다. 나머지 10% 환경은 운명과 노력 두 가지의 복합적 관계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최소한 나머지 40%의 행복은 재미와 유쾌한 느낌을 유지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얻어낼 수 있다.
22p

내가 행복에 관해 노력하는 한 행복해질 수 있다. '식욕, 성욕은 인간의 욕구'만은 아니니,
‘와우....’, ‘죽인다~~’를 감탄하는 삶 또한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
고로 우리는 충분히 감탄하는 재미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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