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
플로렌스 포크 지음, 최정인 옮김 / 푸른숲 / 2009년 3월
품절


혼자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시점이 왔다고. 내 생애 처음으로, 나는 살아 있는 한 혼자인 때가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 사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나를 지배했던 환상을 버려야 했다. 그러자 점차 두려움이 걷히면서 혼자인 것이 더 이상 위협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혼자 사는 삶에 숨겨진 다양한 가능성들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수치와 외로움의 공간이 아니라 치유의 공간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내 안의 많은 것이 다시 깨어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혼자라는 것은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광야가 아니라 사실은 무한한 가능성이 숨어 있는 왕국이었다.
이런 경험을 거치면서 나는 나 자신을 ‘혼자인 여자’로 정의 내렸다. 혼자인 여자란 ‘자기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는 여자’다. 나는 때로는 외로웠지만 대부분은 외롭지 않았다. 새로운 에너지로 내 길을 만들어가고 두 아들을 키우고 재정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나는 고독의 기쁨과 충만함을 알게 되었다.
여자 혼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26쪽

스토에 따르면, 우리 인생은 두 가지 상반되는 충동이 늘 함께하고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충동이요, 다른 하나는 고독을 통해 자기 본연으로 돌아가려는 충동이다.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 가지 충동 모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독과 자기 중- 54쪽

자기는 존재를 관통하여 흐르는 강과 같다. 자기의 맥박을 느끼려고 멈출 때마다 언제나 자기가 그곳에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으로부터 소외되거나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 때, 그것이 진정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자기 감각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자기가 없는 듯이 느껴지면 나 또한 없는 듯이 느껴진다. 역으로, 살아 있음과 충만함을 느낄 때는 바로 자기와 함께하고 있는 순간이다.
자기란 주관적인 실체로서, 삶을 존재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고 감정을 느끼며 대화를 하게 한다. 자기는 태어난 순간부터 진화를 시작한다. 자기는 첫 숨을 내쉬는 순간부터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까지 삶을 관통하고 있다.
고독과 자기 중 -56쪽

세인트 존스베리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잔 역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여자다. 그녀의 친구들 중에도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여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녀는 고독과 개인적인 공간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녀의 일은 주로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집에 오면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집 안이 고요하면 앉아서 뜨개질을 하거나 한 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나는 그녀에게 고독과 개인적인 공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개인적인 공간을 갖는 것은 마음을 고요하고 안정되게 하기 위한 것인 반면, 고독은 좀 더 초월적이고 창조적인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대답했다.

고독과 자기 중 -57쪽

혼자 있음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고독으로 하는 문을 열어준다. 연인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 친구 사이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가 되려면 자아가 안정된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이를 해서는 혼자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혼자임을 받아들일 때에야 비로소 두려움 때문에 정체되어 있거나 자신을 소외시키거나 파괴시키지 않는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고독은 여유롭고, 유동적이고, 열려 있고, 가능성이 살아 숨쉬는 어떤 것이었다.
고독과 자기 중 -60쪽

그녀는 남편이 일 때문에 몇 주간 집을 비우고 보모가 아파서 자기가 하루 종인 아이를 돌보게 되었을 때 아이 돌보는 일이 너무 싫다고 했다. 그녀는 고뇌에 차서 물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죠? 나는 남편과 아이를 사랑하고 내 가정을 사랑해요. 하지만 일 또한 내 가정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스물네 시간 내내 엄마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자신이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수치심을 느꼈다.
" 나는 불구인가 봐요. 왼손만 두 개인.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정말이지 끝인 없어요."
스물 네 시간 내내 엄마로 살다 -83쪽

나는 여성이라는 점이 허락하는 커다란 보상 중에 하나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될 때까지 기르는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바라는 것이 엄마 역할과 충돌할 때마다 죄책감을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아이를 위해 곁에 있어주려고 노력하면서도 나 자신의 관심사를 추구할 때 나는 죄책감이 몸이 찢기는 것만 같았다. 여자는 종종 다른 사람의 인생은 돌보면서, 자기 자신의 인생은 소홀히 한다.
자신의 인생을 돌볻다는 것은 거품 목욕이나 손톱 손질 같은 것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삶과 관련이 있는, 자신을 새롭게 만드는 돌봄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스물 네 시간 내내 엄마로 살다 -83-84쪽

여성은 강하면서 섬세한 존재다. 수많은 여성들과 상담을 하면서 나는 이 점을 간접 경험한다.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아주 다양하다. 가냘프고 공허하고 허기지고 황폐하다. 그러나 내면은 모두 신성한 빛으로 빛난다. 밖으로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윤곽이 아무리 희미하더라도 ‘가지’가 고집스럽게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낌에 따라, 그리고 상처 입고 무시당한 정도에 따라, 한마디로 말해, 자신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을 때 ‘자기’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혼자됨이다. 그것은 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여성의 자아를 훼손하는 것은 없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나 자신이 나를 볼 수 없다는 것과도 같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법 -94-95쪽

이런 모든 상실은 영혼을 뿌리째 흔들어놓는다. 때로 상실감은 너무나 파괴적이어서 후에 혼자 서는 능력을 아주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혼자인 여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감정으로부터 도망가려고 하기보다는 상실과 고통의 불안한 감정을 그대로 느끼며 견디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두려움과 불안은 우리 안에 있는 공허함을 마주할 때 더욱더 심해진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두려움과 불안과 함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면, 우리 목을 조르던 이 감정들에서 점차 자유로워지기 시작한다. 고독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껴안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공허감과 의존감 아래 눌려 있던 우리의 열망을 깨워 의미 있고 풍부한 인생을 향하게 만든다. 우리는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게 되고 ‘자기’는 자유를 숨쉬게 된다. 그러고 나면 혼자 사는 것의 ‘예술(art)'이 시작된다.
거실을 맴도는 아이 -118-119쪽

모든 아이는 자신을 보호해주어야 할 주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하는 고통을 겪는다. 배신은 거짓말이나 약속을 어기는 것 같은 미묘한 형태도 있고, 신체적인 폭력이나 성적 학대같은 직접적인 것도 있다. 집에 와서 숙제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해놓고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아빠와, 학교 마치면 데리러 오기로 해놓고서 오지 않는 엄마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부모다. 거짓말이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배신의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사람을 신뢰하기가 힘들어진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절대적으로 무기력하기 때문에 자기에게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이해할 방도가 없다. 더 나쁜 것은 끊임없이 혼란을 느끼기 때문에 그 사건에 얽매이게 된다는 점이다.

트라우마와 자기 부정 -122쪽

아이는 가족이라는 둥지 안에 있다. 음식이 있고, 잠잘 수 있는 침대가 있고, 함께 뒹굴 수 있는 형제자매가 있고, 해야 할 숙제가 있고, 텔레비전이 있는 곳. 그 속에서 아이는 사랑과 공포를, 따스함과 차가움을 오간다. 사랑을 할 수 있는 아이의 능력은 눈부시다. 아이가 겪는 고통이 무엇이든지 간에 아이의 사랑은 끈질기다. 아이는 부모에게 충성할 것이다. 부모 중 최소한 한 사람에게라도 말이다. 아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고, 그리고 필사적으로 잊으려고 애쓰면서 자기에게 가해진 거짓말과 약속의 불이행과 폭력을 용서한다. 아이는 자신을 학대한 사람까지도 용서한다. 용서하지 못하는 오직 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트라우마와 자기 부정 -122-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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