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안 2 - 마리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죽은 사람을 가슴에 안고 죽은 사람의 말을 인생의 지침으로 하는 사람에게 삶이란, 시간이라 슬쩍 비켜서 있으면 마냥 흘러만 가는 무엇이었습니다. 흐르고 흘러 뒤에는 운명이란 이름으로 뭉쳐지는.

마리의 삶에 운명적으로 많았던 요소는 멀리 떠나간 사람들입니다.
~  

하지만 아무리 멀리 떠났어도 삶이 지속되는 한,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내가 만나야했던 사람, 그리고 내가 마주해야 했던 내 삶이 아니었나 싶군요. 작품의 말미에서 서로의 긴 인생을 돌고 돌아, 엽서 한 장의 끈으로 만나게 되는 마리와 큐처럼 말이죠.

한편, 놀라운 것은 사람의 기억 속 내가 타인이 기억하는 나와 참 다르다는 것입니다. 함께 했던 생의 한 장면인데, 훗날 그날을 더듬다 보면 기억의 오차에 그 순간의 어긋남에 그저 경악할 따름입니다. 결국 사람이란 자신의 생의 흐름 속에서만 나와 타인을 판단하고 가늠하나 봅니다. 그래서 흐를 만큼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 순간에 진의를 그 진실을 깨우치게 되나 봅니다.
옮긴이의 말 중 405-406p
 

결국 그런 거였다.  큐보다는 덜 힘들어 보였던 마리는 어렸을 적 친오빠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 뒤로, 늘 죽은 자들과 더 가까이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던 마리의 생은 첨에는 큐와는 다르게 밝은 햇살 속 같았지만 그렇게 둘의 모습은 닮아 있었던 것이다. 
 

지치고 힘든 삶이다

한 인생人生을 살아낸다는 것이 그렇게 녹녹치 않은 것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 때문에 그들의 커플 책을 재바르게 선택했건만 만만치 않은 분량에 읽고 나니 무겁게 가라앉는 기분을 어쩔 수 없었던 힘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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