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바다로 다이빙하기 시작했다. 수바 공항에서 푸나푸티섬까지 2시간 50분을 달려온 50인승 프로펠러기가 난데없이 하강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파아란 바다. 기체가 파도에 닿을 기세다. 아니, 대체 활주로가 어디 있다고 착륙이야?
‘이 광활한 바다 어딘 줄 알고 찾아가는 거야? 불시착하면 구조대가 우릴 찾을 수나 있는 걸까?’이륙 직후부터 온갖 불안과 흥분으로 안절부절못하다가 잠깐 존 사이에 비행기가 바다로 내리 꽂히고 있는 것이다. 좌석이 절반도 채 차지 않은 에어피지에서 외국인은 우리 일행과 일본인 청년들뿐이었다. 나머지 승객들은 대부분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에서 ‘이주 노동자’ 생활을 하다가 금의환향하는 투발루 젊은이들이었다.
급작스레 활주로가 나타났다. 비행기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활주로의 왼쪽 끝에서 착륙하기 시작한 기체는 오른쪽 끝까지 가서야 요란한 굉음과 함께 가까스로 섰다. 한숨 돌리는데 이번에는 선체가 낑낑대고360도 기수를 돌리더니 공한 건물 앞까지 슬금슬금 기어갔다. 기장을 용케도 찾아냈다. 가늘고 긴 눈물처럼 생긴 섬, 투발루.
태평양 한복판에 눕다-투발루 중-140-141쪽
나의 진정한 길벗 <론리 플래닛-남태평양과 마이크로네시아>는 투발루에 20쪽을 할애하고 있었다. 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투발루는 육지 면적을 다 합쳐봐야 마포구 정도. 서울의 20분의 1 면적밖에 안 된다. 그러니 여행자 안내센터나 브로슈어는 필요 없다. 공항이 있는 푸나푸티 섬에 은행과 우체국, 호텔과 택시회사, 중국 식당과 스쿠터가 있으니까.
5,000원을 주고 ‘DAERIM' 스쿠터를 빌렸다. 한국산 중고 대림 오토바이가 투발루에 와 있었다. 스쿠터로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도는 데 40~50분이면 된다. 이게 푸나푸티 사람들이 대부분의 인생을 사는 세상의 전부.
"탈로파!"
‘부르릉 부르릉’ 마을을 취젓고 돌아다니니 사람들이 눈썹을 약간 치켜뜨며 눈인사를 한다. 푸나푸티의 인구가 4,500명. 한 사람 건너면 친구뻘이고, 두 사람 건너면 친척뻘이다. 그러니 1년에 200명이 채 되지 않는 방문객이 들어오면 당연히 투발루 사람들의 레이더에 잡힌다.
태평양 한복판에 눕다-투발루-1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