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부딪쳐서 싸우거나  피해서 버티거나 맞아들여서 숙이거나 간에 외줄기 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 터이고, 그 길들이 모두 뒤섞이면서 세상은 되어지는 대로 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16p

........ 버티지 못하면 어찌 하겠느냐, 버티면 버티어지는 것이고, 버티지 않으면 버티어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 죽음을 받아들이는 힘으로 삶을 열어가는 것이다. 아침이 오고 또 봄이 오듯이 새로운 시간과 더불어 새로워지지 못한다면, 이 성 안에서 세상은 끝날 것이고 끝나는 날까지 고통을 다 바쳐야 할 것이지만, 아침은 오고 봄은 기어이 오는 것이어서 성 밖에서 성 안으로 들어왔듯 성안에서 성 밖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어찌 없다 하겠느냐....
 

사물은 몸에 깃들고 마음은 일에 깃든다. 마음은 몸의 터전이고 몸은 마음의 집이니, 일과 몸과 마음은 더불어 사귀며 다투지 않는다......
121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에서 인조의 그 삼전도 치욕을 남한산성안에서 함께 하는 그 날들이 끔찍했다. 하루하루 세상이 되어지는 대로 되어갈 수 밖에 없어 힘 하나 쓰지 못하면서 갇혀 지내며 우유부단하게 움직이는 모든 남한산성의 사람들이 너무 힘들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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