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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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는 휴가 기간에 부피가 있는 책을 읽어보자 하고 들었던 책이었다. 그러다 작가 프로필을 보고는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의 후속작 [폐허]를 읽고 그 이상하게 불편한 기분이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다. 활자로도 이렇게 섬뜩할 수가 있구나...하는 느낌을 들게 했던 책 말이다.

그래서 어쩔까 하다가 책을 들게 됐는데, [폐허]보다 사건은 좀더 일찍 터졌다.

그냥 우연히 늘 하던 연중행사를 하러 가다가 나타난 다른 사람의 엄청난 돈뭉치를 손에 넣고는 간단하게(!!) 셋이서 나누는 계획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역시나 
마음 편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성선설(性善說)’이냐, ‘성악설(性惡說)’이냐로 인간을 구분하며 성인들이 논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 이야기를 읽어보면 ‘인간은 확실히 악(惡)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런 생각 때문에 편치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형과 나만 진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이제부터는 일이 더 쉬워지겠지. 하루하루 지날수록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불안은 점점 줄어들겠지. 피터슨은 땅에 묻혔고, 부검으로 무엇이 드러날 위험도 없어졌다. 비행기는 눈에 묻혔으며, 비행기 주변의 발자국들은 영원히 지워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위안은, 내가 스스로를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이었다. 나는 자연보호림 가장자리에서 일어난 사건이 나를 변화 시킬 것이라고, 내 성격이나 특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가 죄책감에 황폐해져서 내 범죄에 대한 공포를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 피터슨의 죽은 내가 발견한 돈과 같았다. 내가 굳이 그 일을 떠올리지 않는 한, 그 일 때문에 내 평소 생활이 달라진 바는 전혀 없었다. 그 일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139-140


그래서 그만 읽을까 하는 마음이 몇 번 있었지만 중반을 달리며 끝을 모르고 달리는 평범한 사람의 악한 모습이 어떻게 종지부를 찍는지 보고 싶어졌다. 스피드감도 더욱 있어져서 결말에 빨리 도달했다

나는 몸서리치며 깨달았다. 내 주의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내 자신의 행동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었다. 나쁜 징후 같았다. 지도도 없이 낯선 땅에서 헤매게 됐다는 표시 같았다. 우리는 길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163-164p  


“다 잘될 거야. 나를 믿어. 잘 헤쳐 나갈 수 있어.”
그 말을 뱉자마자 깨달았다. 그런 말은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빠졌을 때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우리 어머니를 보았을 때, 어머니도 그런 말을 했다. 용기를 북돋우기는 하지만 잘못된 말, 눈을 피하고 귀를 닫는 말, 자신이 처한 위험을 부정하는 말. 그런 말을 해야 한다고 느끼다니, 나쁜 징조였다.
192-193p  


심플 플랜으로 시작된 그 사건이 행크를 불안하게 하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해치고도 행크는 살아남았다. 물론 공개적으로 처벌되지도 않았다.

그 일반적이지 않은 결말을 보고 “휴~~~~”하게 되는 그럼 나는 뭔가? 무서운 책읽기가 끝났다는 안도감 뿐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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