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많은 부분은 이미 결정돼버렸다. 회사든 가정이든 이제 내 인생에 변수는 거의 없다. 파산이나 이혼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일이 생겨도 나라는 사람이 그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을 바에야 모험심과 열정 따위는 필요 없게 되며 따라서 현상유지 이상의 에너지가 분비되지 않는다. 어느정도 정점에 이른 사람은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더 이상 자신의 속에서 미지와 신비를 끌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두려움도 없지만 설렘 또한 없다.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또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유리 가가린의 별 중-188쪽
나는 젊은이들을 그리 부러워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그리고 돈도, 능력 있는 친구도 갖고 있지 못하다. 뇌와 근육에 신선한 피가 흐르고 거기에 열정과 시간까지 넉넉하므로 그들 앞에는 수없이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 나의 경우 그 과정을 거쳐 도달한 곳이 지금의 이 자리이다. 젊음으로 되돌아가서 그 힘든 과정을 되풀이해 다시 이곳으로 오는 것보다는 이 지점에서 내가 가진 것을 충분히 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늙어가는 사람들은 자기연민이 많고 따라서 점점 고독해질 수 밖에 없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무척 현식적인 사람이다.
유리 가가린의 별 중-192-193쪽
많은 것을 잃어버렸으되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를 도무지 모르겠는 것이다. 그것은 먹먹한 일이다. 그러다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참혹한 일이다. 시간은, 삶은, 씨스템은 그렇게 먹먹하고 참혹한 것이라고~
해설 거대한 고독, 인간의 지도 -신형철 중 -218-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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