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방이 일어난 직후 1911년 남부지방 울산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남 중에서도 이쪽 지역을 배경으로 한 대하 소설은 처음이라 새로웠다. 허물어져 가는 백군수댁을 중심으로 백상충과 그 행랑채 식구들의 이야기로, 광복을 위해 노력하는 이와 일본의 세상이 온 것으로 알고 방향을 선회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대종교, 불교, 야소교(크리스트교), 천도교 등의 종교의 내용들도 다양하게 언급되고..지역도 경남 지방을 중심으로 하지만 간도지방까지 범위를 넓혀 가는 내용이다. 어진이에서 주율스님으로 다시 농민 운동에 힘쓰는 석주율을 기본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너무나 이상주의적인 주인공을 신화적으로 만들어버려 오히려 반감이 가도록 만들어버린 게 단점이 아닌가 한다. 거의 성자(聖子)의 이미지로까지 그려지고 있는 그의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뒷 부분 이야기는 좀 역부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권으로 되어 있던 것을 3권으로 다시 묶여 나온 책으로 읽게 됐다. 각 권들도 만만찮은 분량이었지만 수월하게 읽혀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