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윤대녕 님의 글을 좋아한다. 때로 산문의 언어들이 시처럼 느껴지는 문구들을 느끼면서 <은어낚시통신>에서 시작되어 <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에까지-그러고 보니 공교롭게도중.단편들만- 사실 제목만 보고선 뭐지? 소설인가 했는데, 산문집이라기에 개인적 취향이 산문집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어쩔까하다가 앞에 덧붙여진 '여행'이란 말에 솔깃해서 읽게 되었다.

읽기 전 조심해야할 몇 가지... 먼저, 밤에는 될 수 있는대로 피할 것. 왜냐하면 회를 맛나게 먹는 법이라던가, 초밥이야기, 자꾸만 등장하는 여러가지 술 얘기들에 원..... 둘째로는 유랑의 기질이 슬슬 고개를 쳐들땐 읽지 말것. 발묶인 나로선 무지 괴로웠으니까. 밤에 읽지 않으려고, 또 아껴서 읽으려 얼마간 뒀다가 기분도 그렇고 한 날 가까운 근처의 江가에 앉아 나머지 부분을 읽게 되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었다. 내가 다녀본 좋아하는 7번 국도의 여행길과 가보고 싶은 30번 국도 얘기들도.

특히, '나는 기다리고 있다(114p~)'에선 꼭 나의 마음같아 와들짝 놀라고, 또 '비치파라솔웨어(183p~)'에선 그가 집착하던 LP, 책, 시계, 카메라(물론 인형과 담배랑 친하지 않아 라이터는 예외지만)등의 이야기때는 정말 나의 일기를 누군가가 베껴적어 놓은 것 같아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들었다. 음악을 듣는 취향만은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그의 그녀가 된 듯한 맘으로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동안은 행복했다.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이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로 바뀌어 버리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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