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일간지의 새책코너에서 보고서는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책명을 잊어버려, 하는 수 없이 자주 다니던 서점의 외국 소설 코너를 한참 헤매다 겨우 찾아내었다. 지어낸 얘기치곤 너무 재미없이 통속적이겠지만, 실제한 얘기라니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그저 연극감독과 배우의 이름으로 만난 페르닐라와 롬줌(브라질 태생의 롭순을 잘못 알고 첨 들은 이름) 여느 연인들처럼 가벼이 시작되었지만, 등쪽의 통증으로 시작된 病과의 싸움에 들어가게 된 두 사람. 잠깐의 좋았던 시절이 지나 채 2년이 못되는 기간동안 함께한 연인.페르닐라의 일기를 기초로 한 소설이라 들었는데 너무나 담담한 어투에 좀은 자신의 이야기 같지 않은 객관적 입장이 많이 느껴졌지만, 어쩔수 없이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도와주지 못하는 안타까뭉이 노출되곤 할 때 그녀의 아픔이 느껴졌다.'나 자신의 아주 작고 텅빈 존재처럼 느껴진다.(58p) '온 세상이 운행을 멈춘다.(76p)'네델란드를 비롯, 북유럽의 자유로운 성관계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조금은 의외의 관념이다 싶었다. 하긴 '그 나라 사람은 어떻다'라고 확정지어 말하는 자체가 모순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롭슨의 죽음이후 5~6여 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그를 떠난 보낸 이후의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길 빈다. 20대의 젋은 나이고 살아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순 없으니. 어쩜 이미 새로운 연인을 만나고 있지는 않을까.참, 하나더. 어두운 겉표지의 그림이 좀 그랬지만, 속지의 최경락 화백의 잔잔한 수채화가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는 어두운 내용으로부터 가끔씩 벗어나게 해줘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