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라면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단순하게 수필집의 일종이려니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여러가지 실험을 거치는 얘기들이 계속적으로 나오는 통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리처드 파인만이 말하는 소위 '실험실'이라는 게 아마도 잡다한 공구들이 가득한 창고가 아닐까 하는 상상이 들었는데, 엉뚱하게 일을 저지르는 여러 장면들이 장래의 노벨 수상자에 빛나는 과학자로 만들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옛 속담에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일상을 알아보게 된 책이었다. 실험 정신이 뛰어나지만 거기에 유머가 보태어져 흔히 미래의 과학자들을 꿈꾸는 애들이라면 누구나 시작하게 되는 라디오 분해서부터 '금고'를 여는 것까지....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곳곳의 요소들이 그나마 자주 등장하는 과학실험들의 어려운 얘기들을 상쇄시켜 주었다.살아가는 방법에 있어 배우게 된 것은 '나는 늘 이런 식으로 멍청했다. 나는 내가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잊어버린다. 나는항상 물레에 관해서만 걱정한다. 아이디어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나는 이상하다고 말한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나는 좋다고 말한다. 간단한 일이다. 나는 늘 이렇게 살아왔다. 당신이 할 수 있다면, 이것은 썩 괜찮고 기분좋은 일이다. 나는 이렇게 할 수 있는 행운을 내 삶에서 누렸다.(184p)' 과학적 사고에 관해서라면 궁금증을 찾지 못하는 파인만이지만 삶에 있어선 단순해보이지만 철학이 담겨있는 내용이어서 인상적인 글귀였다.